기죽지 말고 말해보자, 헤이!

by 에너지은

풋살을 하면서 발만큼이나 말을 안 듣는 게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내 입이다.

발은 그래도 이제 공을 맞춰 차기라도 한다.
근데 입은 거의 파업 상태다.


나는 분명 패스를 받을 자리에 서 있고,
머릿속에서는 '지금이야! 헤이! 헤이라고 말해!'라고 하지만,

입은 꾹 닫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풋살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내가 공을 따라 움직여야 하고, 공을 가진 상대가 나에게 패스해 주려면

내가 먼저 나를 알려야 한다.

그럴 때 필요한 말이 바로 '헤이'다.

말은 아주 간단한데, 문제는 실전이다.


연습할 때는 그 말이 잘 나오는데 경기에만 들어가면,

그 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다.

우리끼리 하는 게임이라도 경기는 연습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걸 알기에, 점점 더 '헤이'라는 말이 조심스러워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조심히 아니라 겁이었다.

‘나한테 공을 줬는데, 내가 해결 못 하면 어떡하지?’

그게 너무 미안할 것 같았다.
나에게 패스해 준 팀원에게도 미안하고, 괜히 흐름 끊은 사람 될 것 같고...

그래서 패스 각이 열려 있는데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공을 받을 위치에 있는데도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상대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 저 언니 공 받을 준비 안 됐나 보다.’

그리고 공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른 팀원에게로 갔다.

그렇게 나는 여러 번의 기회를 흘려보냈다.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유독 ‘헤이’를 못했다.
실력 차이를 느끼고 있었고, 그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을 받는다는 건 그다음 플레이에 대한 책임까지 같이 받는 일이다.

패스를 잘 이어야 하고, 흐름을 끊지 말아야 하고,

그 부담이 내 입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감독님이 나를 불렀다.

“다음 경기에서요, 헤이 안 외치면 바로 교체할게요.”

특단의 조치였다.


그날 경기를 뛰며 내 머릿속에는 딱 한 문장만 맴돌았다.

헤이를 외치자.
헤이를 외치자.
헤이를… 외쳐야 뛸 수 있다.


공이 오가고, 내 쪽으로 패스 각이 열렸다.

그리고 그때—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헤이!”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큰 목소리였다.
그리고 정말로, 공이 나에게 왔다.

받은 공을 완벽하게 처리했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적어도 그날 기죽지 않고 공을 달라고 외쳤다.


풋살을 하면서 알게 되는 게 많다.
기회는 가만히 서 있는 사람에게 오지 않는다.
준비가 되어 있어도,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헤이’는 그냥 외침이 아니다.

“나 여기 있어요.”
“나도 해볼게요.”라는 상대에게 하는 표현이다.


지금도 여전히
내 입은 가끔 발이랑 안 맞을 때가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침묵 속에 숨어 있진 않는다.

필드 위에서든,
삶에서든,
나는 요즘 연습 중이다.

기죽지 말고, 말해보는 연습을.

헤이, 나 여기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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