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그라운드에 서 보니

아들의 축구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by 에너지은

취미반 아이들 축구클럽에 가면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구장 안에서 아이들이 뛰고 있고,
운동장 밖에서는 엄마, 아빠들이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 화면과 깊은 사랑에 빠져 있다.

가끔 의욕 넘치는 아버지 한 분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일어서서 축구를 진지하게 보는 경우가 있긴 한데, 그건 정말 간혹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아들의 축구 수업을 따라가면 처음엔 “오 잘한다~” 하며 조금 보다, 사진 몇 장 찍고, 곧바로 SNS를 들여다보곤 했다.

그때는 축구가 몇 명이서 하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축. 알. 못.이었다.
룰도 모르고 포지션은? 더 모른다.
‘남자아이는 구기종목 하나쯤은 해야 좋다더라’는 말에,
아이가 '축구 배워보고 싶다'는 말에 보내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이는 열심히 뛰고 있었지만,
무슨 재미로 저렇게 뛰는 거지…?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공이 왔다 갔다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땀도 너무 많이 나는데 그 안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땐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가족과 연결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작년부터 풋살을 시작했다.

아이와 남편이 축구로 단단하게 묶여 있다면,
나도 그 고리 안에 들어가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풋살에 빠지자
내 훈련에 집중하느라 같이 연습은 해도,
아들의 훈련을 보러 갈 시간이 줄어들었다.(인생은 늘 이렇게 엇갈리나 보다.)


그러다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아들의 훈련을 함께 가게 되었다.

구장 맨 끝, 학부모들을 위해 놓인 의자에 앉아
다른 부모님들과 나란히 훈련을 보기 시작했는데...

이상했다.

예전엔 그렇게 지루했던 장면들이 재미있어 보이는거다.

콘을 세워두고 드리블 연습하는 것,
두 줄로 서서 패스를 주고받는 것,
공을 받기 위해 움직이는 동선이 예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 왼발이 약하네."
"저기서는 고민하지 말고 바로 차야지."
"패스했으면 다시 받으러 가야지…"

예전엔 “열심히 운동하는구나…” 였던 장면이,
이제는“아, 저 훈련이 그래서 필요한 거구나”로 보이기 시작한 거다.


그날 훈련이 끝나고 아이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훈련 어땠어?”

“콘 드리블할 때 왼발 좀 어려웠지?”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어? 엄마 어떻게 알았어요?”

그날 우리는 집에 오는 내내
훈련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다.
어디가 어려웠고, 다음엔 뭘 해보고 싶은지까지.

그제야 알았다.
공감이 생기면, 대화는 애써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걸.


풋살은 분명 재밌다.
땀 흘리고, 숨 차고, 웃고...

그리고 또 좋은 이유는 내가 아들의 세계에
조금 더 가까이 들어갔다는 느낌때문이다.


예전엔 아이가 뛰는 걸 ‘보고만’ 있던 엄마였다면,
이제는 아이가 왜 저렇게 뛰는지 조금은 ‘이해하는’ 엄마가 됐다.


그래서 나는 풋살을 하는 엄마인 게 좋다.
아이와 같은 언어를 하나 더 갖게 됐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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