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직업도 내려놓고, 공 하나로 증명하는 세계
나이, 직업, 돈, 외모...
사회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생각보다 센 힘을 가진다.
어딜 가든 슬쩍 따라붙는 질문들.
“몇 살이에요?” “무슨 일 하세요?” “어디 사세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의미 없어지는 공간이 있다.
바로, 여자풋살 동호회다.
여기는 참 원초적인 곳이다.
나이가 많다고 훈련을 빼주거나, 직업이 좋다고 패스를 한 번 더 주지 않는다.
예쁘다고 대회에 참여하는 일? (없다. 진짜 없다.)
여기서 통하는 건 딱 하나다.
공을 얼마나 잘 차느냐!
사회에서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외적인 조건, 배경, 타이틀 다 빼고
오로지 “지금 여기서 네가 뭘 할 수 있느냐”로만 평가받는 곳.
사람을 만나면 늘 따라오는 그 보이지 않는 버프들 때문이었다.
재력 버프, 외모 버프, 나이 버프.
실력과는 상관없지만 사람을 둘러싸는 어떤 보너스 같은 것들.
예전에 에어로빅을 오래 했었는데, 그 세계는 굉장히 명확했다.
실력보다 나이 많고, 오래 다녔고, 기세 좋은 사람이 제일이었다.
서열이 있었고, 춤출 때 자리도 정해져 있었다.
앞줄, 뒷줄,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까지...
(괜히 눈치 없이 가운데 섰다가 눈치 보게 되는 그 느낌, 알지?)
그런데 여자풋살은 달랐다.
여기에는 “언니니까 봐주자”도 없고,
“오늘은 예쁘니까 패스 하나 더”도 없다.
가끔 누군가 간식을 사 오면 와— 하고 환호는 터진다. (그 순간은 인기가 폭발한다.)
하지만 게임이 시작되면 그 고마움은 공과 함께 아주 깔끔하게 사라진다.
패스는 잘 뛰는 사람에게 가고, 공은 준비된 발 앞으로 온다.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바로 드러난다.
여자풋살 동호회에서는 못하는 걸 잘한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예쁘게 생겼다고 실력을 포장해주지도 않는다.
여기서는 오로지 공을 다루는 능력과 센스, 그리고 태도가 전부다.
재미있는 건 새로 온 회원이라도ㅡ공을 몇 번 차보고 움직임에 센스가 보이면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점이다. 소개가 길 필요도 없다.
“아, 이 사람 공 좀 차네.”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여기에는 다른 걸 증명할 필요가 없다.
직업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어디서 뭘 해왔는지 말하지 않아도 된다.
공 앞에서는 모두가 같은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곳이 참 좋다.
오로지 나의 노력과 실력만으로 서 있을 수 있다는 것.
잘하면 인정받고, 못하면 더 연습하면 되는 아주 단순한 구조.
요즘 세상은 어딜 가나 배경이 중요하다.
외적인 것, 가진 것, 보이는 것들이 그 사람을 먼저 설명해 준다.
그래서인지 풋살의 매력은 나에게 더 선명해졌다.
나이도, 직업도, 돈도 내려놓고 공 하나로 만나는 곳.
원초적이라서 더 솔직하고, 그래서 더 매력적인 곳.
오늘도 나는 그 단순한 세계가 좋아
풋살화를 챙겨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