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품위있는 그녀 Jul 08. 2024

산과 같은 사람이고 싶다

단단한 삶을 꿈꾸며

밤부터 내린 비가 그치고

모처럼 화창한 평일 오후를 보내고 있다.

혼자 점심을 차려 먹고 집안일을 하다 보니, 벌써 3시가 다되어간다.

일할 때와는 달리, 꼭 해야 할 일이 없으니

이 시간이 되면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졸음이 밀려온다.

잠도 깨고, 소화도 시킬 겸 근처 둘레길을 걷기 위해 집을 나왔다.

.

.

발바닥이 땅에 닿는 그 느낌과

아무 생각 없이 터벅터벅 길을 걸을 때 기분이 좋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러닝머신 위를  걷는 것보다

밖이 좋고,

특히 산이 좋다.

숲이 울창한 산을 걷다 보면

이유 없이 붕 떠있던 마음이 차분해진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 같은 그런 착각이 없어지고,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런 이유로

1주일에 1번은 시간을 내 동네 둘레길을 걷는다.

.

요 며칠 비가 계속 내렸으니

질어진 땅을 걸을 생각에 운동화와 옷을 그에 맞는 걸로 갈아입었다.

질퍽질퍽한 땅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산의 길은 그대로였다.

.

아니 오히려 밤사이 내린 빗물 덕분에

흙먼지가 날리던 바닥이 더 단단해져 있었다.

또 숲의 녹음은 더 짙고 울창해 보였다.

.

.

문득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이런 '산'과 같은 사람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과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고 단단한 사람.

작은 바람에도 큰 파도를 만드는 바다 같은 사람이 아닌

'산'과 같은 사람.

.

누군가에겐 별것 아닌 것들이

예민한 나에겐 작던 크던 다 하나의 자극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내가 '바다'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반대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사회에 나와서는

돈이 많거나 명예를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보다

'산'과 같은 사람을 만나면 너무 반가웠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소유한 그들은 나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중엔 그들처럼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모방의 힘이란 대단하다.

되고 싶은 그들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따라 하다 보니

지금은 예전만큼 작은 것에도 휘청대지 않는다.

다만 조금 흔들릴 뿐.

.

.

산과 바다

둘 중 나는 지금 어느곳에 있는 사람일까?

아마...

시골 할머니댁 앞마당의 흙길 정도 되었으려나?

보기엔 단단하지만 비가 오면 금방 질퍽질퍽해지는...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아들이고 인내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들처럼 '산'과 같은 사람이 되어있기를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보이지 않는 손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