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을 통해 마음을 여는 순간들, 그리고 교사인 내가 배우는 것들
영양수업에 들어가기 전,
저는 종종 마음 한편에 가벼운 긴장을 품곤 했었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까?'
'그 반의 그 아이는 오늘 어떤 표정일까?'
각 반마다 1~2명씩 도움반 학생들이 있습니다.
조용히 제자리에 앉아 있지만,
수업의 흐름에서는 조금 비껴 나 있는 아이들.
다른 아이들이 손을 들며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활동지에 열심히 생각을 써 내려가는데도,
그 학생들은 자신의 리듬, 자신의 세계 안에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습니다.
'이 수업을 누구를 위해 하고 있는 걸까?'
'정말 모두를 위한 수업이 맞을까?'
그러던 어느 날, 저는 푸드아트테라피를 활용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수업은 예상치 못한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수업 시간엔 늘 말이 없던 아이,
점심시간에 말을 걸어도 대답조차 않던 그 아이가
자신의 손으로 펜에 초코시럽을 찍어 과자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건 자동차예요.”
그 순간, 저는 알았습니다.
그 아이는 지금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누구보다 진지하게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날 이후, 푸드아트테라피 수업은
제가 가장 마음 편히 들어가는 영양수업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수업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틀려도 괜찮고, 자기 식대로 표현해도 괜찮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수업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날의 수업에서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습니다.
수업의 도입과 전개 초반에서 말없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여학생이
오이를 가지고 자신을 표현하는 활동을 시작하자
말없이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분명 그 학생의 표현이었고,
모두에게 기회가 열리는 수업이었습니다.
저는 매 수업이 끝나면,
영양상담실로 돌아와 그날의 수업을 되새깁니다.
제가 느낀 고마움과 감동.
절반 가까이는 도움반 아이들이 제게 건넨 말 없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말이 조금 느려도,
조금 낯가림이 있어도,
자신의 손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 수업 속에서
그 누구도 늦지 않았고,
그 누구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푸드아트테라피는 제가 계획한 수업이지만,
어쩌면 이 수업은 매번 저를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서 계속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따뜻하고 고마운 일이라는 걸,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평생 몰랐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