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고흐가 된 아이들, 식빵 위에 감정을 그리다.

이건 제 해바라기예요. 저와 닮았죠?

by 에너지은

명화에 관한 책을 읽던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작품을 그릴 수 있게 도와준다면 어떨까?”
그림 도구가 붓과 물감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
만약 식빵 위에 해바라기를 그릴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이 수업을 계획했습니다.
“아이들도 반 고흐가 될 수 있다!”
이 생각을 품고 수업의 문을 열었습니다.


수업의 시작은 반고흐의 해바라기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생애 동안 해바라기 그림을 총 12점 남겼습니다.
같은 꽃을 그렸지만, 한 점 한 점이 모두 달랐습니다.
어떤 해바라기는 활짝 피었고, 어떤 것은 시들어 있었습니다.
어떤 그림은 화려했고, 또 어떤 그림은 조용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것은, 고흐는 시든 해바라기도 그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예쁜 해바라기만이 해바라기가 아니야. 조금 기운 빠진 꽃도, 시들어가는 꽃도

나름의 빛을 가지고 있다는 걸 고흐는 알고 있었던 거야.”

그 말을 듣던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잠시 교실엔 조용한 감정의 결이 흘렀습니다.

활동 1: 나만의 해바라기 만들기

“이번엔 너희가 반 고흐가 되어보자.

네가 느끼는 해바라기를 표현해 봐.

어떤 모습이든 괜찮아. 중요한 건 네 감정이 들어가는 거야.”

식빵은 도화지가 되었고,
고구마무스는 노란색 베이스가 되었습니다.
아몬드, 크랜베리, 당근, 오이, 파프리카, 햄 등...
하나하나가 해바라기의 디테일을 살리는 재료가 되었지요.


그 순간, 아이들의 손은 누구보다 진지했습니다.
햄을 꽃잎처럼 잘라 붙이고,
시럽으로 배경을 채우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이건 늦은 오후의 해바라기예요. 좀 지쳤을 때 모습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식빵 위에 진짜 작품이 생겼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활동 2: 나의 해바라기, 친구에게 소개하기

작품이 완성되자 아이들은 모둠원들과 서로의 해바라기를 소개했습니다.
“이건 나야. 활짝 폈는데, 주변이 좀 복잡해.”


“이건 친구 해바라기야. 같이 있고 싶어서 둘이 붙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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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안에는 스무 명의 고흐가 있었습니다.
단지 ‘간식을 만든 아이들’이 아니라,

자기를 표현할 줄 아는 예술가들이었습니다.


정리: 감상과 시식

작품을 감상한 후, 드디어 시식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선생님, 먹기 아까워요!”
“이거 사진 찍어도 돼요?”
“다음 시간에 또 만들면 안 돼요?”


아이들의 반응에 저는 조용히 미소 지었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수업이 아닌,

자신을 표현하고 사랑하는 시간이 되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이들은 단지 해바라기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 해바라기는 해를 향해 핀 것이 아니라, 아이들 자신의 마음을 향해,
그리고 서로를 향해 작고 따뜻한 노란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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