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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존재하기

by 상상이상 Mar 25. 2025

나는 태어났다


바람의 거룩한 바라므로

숨결에 깃들었다


펄떡이는 뜨거운 심장이

나를 부른다

주인이시여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은 나를 무너뜨리고

온전히 나를 지배한다


전복되었다

주인이시여


남루한 껍데기 안에 똬리를 틀고서

피를 타고 유영하는 의식을

증명할 길이 없다


반란을 꿈꿔보지만

작은 폭력에도 한심하게 무너져

거추장스런 자존감은 내팽개치고

스스로 공들여 의식을 결박한다


무력감에 휩싸인 비루한 의식이란

허튼 소리, 말장난에 불과하다


날카롭게 패이고

깊이 조여올수록

나란 희미해졌고

공포에 휩싸여 철저히 굴복했다


깨끗하고 선명한 투항


분명 나란 것은

작지만 한 부분을 점거했으며

무엇도 이것을 동시에 점유할 수 없었다

화마에 휩싸여 덕지덕지 엉겨붙은 생

나를 집어삼킨 누더기


팔다리의 거룩한 운동이 멈추고

심장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는다


죽음이야 말로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비로소 나는 태어났


바람을 간절히 바라므로

손가락 다섯개의 완벽한

숨을 벗어 던지고

깊은 잠으로

다시 우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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