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 꽃이 져도 새로운 꽃은 핀다
봄 햇살을 즐기기가 무섭게 비가 내리는 주말이었다.
꽃이 채 피기도 전인데 그나마 핀 꽃들이 떨어질까 걱정되었다.
비가 하루 종일 내리고, 다시 맑아진 하늘.
나무들에 더욱 싱그럽게 피어있는 꽃들을 보았다.
비가 오면 꽃이 지는 줄 알았는데 꽃이 피었다.
나는 매 봄, 만개하면 곧 비가 와 져버리는 꽃들만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비가 오면 꽃이 피고, 꽃이 피면 비가 오고,
다시 비가 오면 꽃이 지고,
꽃이 지면 또 다른 꽃이 필 텐데 말이다.
이 간단하고도 명확한 자연의 섭리를 문득 깨닫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둠이 오면 새벽이 오고
슬픔이 오면 곧이어 기쁨이 따라오는 것
이것들 모두 자연의 섭리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기쁨도 슬픔도, 어둠도 빛도, 모두 내 것이지만 오로지 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흐르는 시간 속에 내가 있는 것이고
시간이 흐르며 반복되는 일들을 겪게 되는 것뿐이라고.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쨍쨍한 햇볕 속에서도 갑자기 드리운 구름에 비는 또 내릴 수 있으니 말이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연의 순리 속에서
너무 끙끙댈 필요도 또 너무 좋아할 필요도 없이
나는 그저 묵묵히 내 삶을 살면 된다.
비가 와도 꽃은 핀다.
바람이 불어도 꽃은 핀다.
비가 와 꽃이 져도 꽃은 또 핀다.
이런 불변의 진리는 나에게 오늘을, 내일을, 앞으로를 살아갈 힘을 준다.
고생 끝에 낙이 오고,
나쁜 짓을 하면 결국 벌을 받고,
진실은 느리더라도 결국에는 밝혀진다는,
살다 보니 알게 되고 겪게 되고 믿게 되는 것들 또한 나에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
드디어 봄이 왔다.
여러 해 수없이 많은 봄을 겪었지만
긴 겨울 끝에 찾아온 봄에 속절없이 기분이 살랑살랑해지고 들뜨는 것에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
이 봄, 후회 없이 행복해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