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0121 09화

들꽃처럼 살까요

들꽃과 잡초 사이

by 스와르

날씨가 따뜻해지니 나무 위에 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산책하는 내내 푸릇하게 자라나는 풀잎들과 알록달록한 꽃잎들에 눈이 부셨다.

눈길을 사로잡는 꽃과 나무, 풀들 사이로 보이는

길쭉한 들꽃들.

들꽃과 잡초 그 사이의 무언가.

예전에는 그런 꽃들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오종종하게 피어난 작은 들꽃들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피어오른다.

매년 늘 약속한 듯 피어나는 계절들의 상징인 꽃들은 그 꽃들대로 반갑고 설레지만

들꽃은 잡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비바람을 이겨내고 강한 햇살을 이겨내고 어느 곳에서든 기어코 피어난다.

그런 꽃들을 보면 마음에 희망의 싹이 움트는 것 같다.


아스팔트 사이로 피어난 보라색 꽃 한 송이.

화려한 꽃들 사이에 비죽하게 솟아있는 수수한 하얀 들꽃.

비바람에 다른 꽃들이 시들어갈 때 꿋꿋하게 그 자리에 머물러있고 오히려 시련에도 더 자라나는 잡초.


우리는 늘 한송이의 꽃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과실을 맺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쩌면 그런 하나의 완벽한 꽃과 나무, 열매보다 들꽃이, 잡초가, 우리의 삶과 더 닮아있지 않은가 싶다.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하게 늘 존재하고 있는

꺾여도 뽑혀도 다시금 자라나는

누구에게 훌륭하게 평가되지는 못하더라도, 크나큰 결과를 맺지는 못하더라도 존재만으로 의미가 있는


들꽃같이 사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면 그 나름대로 의미 있고 행복한 인생이지 않을까.


누구나 눈부시고 반짝이는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고,

누구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만,

가끔은 들꽃같이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내며 언젠가는 누구의 눈에 띄기도 하고,

아스팔트 틈 사이로 피어난 꽃처럼 그저 피어나는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비바람 속에서도 끄떡없는 잡초같이 시련 속에서도 더 성장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면,

들꽃같이 잡초같이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의자 사이를 뚫고 피어난 들꽃과 잡초 사이
의자 사이 틈을 뚫고 들꽃이 피어났다.
길게 자라나서 의자 사이로 빼꼼 보이는 꽃이 귀엽기도, 생명력이 대단하기도 했다.
이걸 발견하고 웃으며 사진 찍는 나를 보며
들꽃도 조금은 기뻤을까?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8화비가 오니 꽃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