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과 잡초 사이
날씨가 따뜻해지니 나무 위에 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산책하는 내내 푸릇하게 자라나는 풀잎들과 알록달록한 꽃잎들에 눈이 부셨다.
눈길을 사로잡는 꽃과 나무, 풀들 사이로 보이는
길쭉한 들꽃들.
들꽃과 잡초 그 사이의 무언가.
예전에는 그런 꽃들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오종종하게 피어난 작은 들꽃들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피어오른다.
매년 늘 약속한 듯 피어나는 계절들의 상징인 꽃들은 그 꽃들대로 반갑고 설레지만
들꽃은 잡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비바람을 이겨내고 강한 햇살을 이겨내고 어느 곳에서든 기어코 피어난다.
그런 꽃들을 보면 마음에 희망의 싹이 움트는 것 같다.
아스팔트 사이로 피어난 보라색 꽃 한 송이.
화려한 꽃들 사이에 비죽하게 솟아있는 수수한 하얀 들꽃.
비바람에 다른 꽃들이 시들어갈 때 꿋꿋하게 그 자리에 머물러있고 오히려 시련에도 더 자라나는 잡초.
우리는 늘 한송이의 꽃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과실을 맺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쩌면 그런 하나의 완벽한 꽃과 나무, 열매보다 들꽃이, 잡초가, 우리의 삶과 더 닮아있지 않은가 싶다.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하게 늘 존재하고 있는
꺾여도 뽑혀도 다시금 자라나는
누구에게 훌륭하게 평가되지는 못하더라도, 크나큰 결과를 맺지는 못하더라도 존재만으로 의미가 있는
들꽃같이 사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면 그 나름대로 의미 있고 행복한 인생이지 않을까.
누구나 눈부시고 반짝이는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고,
누구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만,
가끔은 들꽃같이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내며 언젠가는 누구의 눈에 띄기도 하고,
아스팔트 틈 사이로 피어난 꽃처럼 그저 피어나는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비바람 속에서도 끄떡없는 잡초같이 시련 속에서도 더 성장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면,
들꽃같이 잡초같이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의자 사이 틈을 뚫고 들꽃이 피어났다.
길게 자라나서 의자 사이로 빼꼼 보이는 꽃이 귀엽기도, 생명력이 대단하기도 했다.
이걸 발견하고 웃으며 사진 찍는 나를 보며
들꽃도 조금은 기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