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사진 zip.
4월 끝자락,
봄이 가기 전에 봄을 기록한 순간들을 나누고 싶다.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새로운 꽃이 또 피어나고, 그 꽃의 이름을 자세히 알게 되었을 때,
나의 봄은 더 커진다.
벚꽃이 우수수 피었다는데 동네에서는 도무지 활짝 핀 벚꽃 나무를 보지 못하였다.
그런데 일 때문에 여의도로 향하던 중 차 안에서 우연히(?) 벚꽃축제를 즐기게 되었다.
날씨 때문에 금방 피고 금방 졌지만 달리는 차에서 실컷 구경하였다.
목련과 이름은 모르는 오종종한 꽃.
목련은 활짝 피는 순간 금방 시들어버린다. 그래서 시기를 놓치면 꽃봉오리인 상태이거나 너무 활짝 펴서 시들시들하다. 꽃잎이 시들면 색이 금방 변하는 게 너무 아쉽다. 바닥에 떨어지면 지저분해져서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예쁘지 않은 마지막 모습도 그리운 순간이 오겠지.
벚꽃+풀잎들.
꽃보다 풀잎이 더 많아졌다.
꽃이 먼저 피고 이파리들이 가득 해지는 건 늘 신기하고 신비롭다. 꽃이 지고 초록색으로 뒤덮이면 여름이 왔다는 신호다.
틈을 뚫고 나온 꽃들.
벤치 틈 사이로 핀 들꽃과 펜스 사이로 핀 진달래 꽃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떤 틈새로도 기어코 피어나는 꽃을 보면 대견하고 귀엽고 멋있다.
나도 작은 틈 사이에서도 피어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갖고 살고 싶다.
나홀로 진달래나무.
어릴 때는 진달래는 진한 분홍색만 있는 줄 알았다.
세상이 좋아져서 색이 다양해진 건지, 내가 알던 세상이 작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색 찬란한 진달래를 보면 정말 봄이 왔구나 실감이 난다.
어릴 적 진달래 꽃을 따서 꽃의 뒷부분을 빨아먹으면 꿀이 나온다고 해서 진달래를 찾아다녔었는데... 진달래와 철쭉을 혼동하여 철쭉을 빨아먹으면 독을 먹을 수도 있다고 해서 금방 그만둔 기억이 있다.
예전에는 철쭉이 진달래를 따라하는 것 같아서 철쭉을 조금 미워했었다. 그런데 무슨 상관인가. 꽃은 잘못이 없는데.
그리고 여전히 나는 진달래와 철쭉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밤에 산책을 하는데 라일락 향기가 나서 한참을 킁킁대며 걸었다.
라일락 나무가 없는데 왜 라일락 향기가 나지? 하고 의아해하며 걷다가 이 꽃에서 진하게 멀리서부터 라일락 향기가 나는 걸 알게 되었다.
꽃 이름은 수수꽃다리.
라일락이랑 비슷하지만 라일락보다 먼저 봄을 알리는 한국 고유 품종이라고 한다.
수수꽃다리... 꽃을 보면 볼수록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
햇빛 좋은 날의 윤슬.
물멍 하게 만드는 물방울들과 햇빛이 만드는 하모니.
봄의 윤슬은 맑고 찬란하다.
무엇을 하든 잘 될 것 같고, 꼭 나의 미래가 투영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봄의 윤슬은 봄의 윤슬대로, 여름, 가을, 겨울은 그 계절대로 늘 빛나고 있지만
봄의 윤슬은 유난히 더 빛나고 생동감이 넘친다.
돌들 사이에 핀 꽃들.
나는 역시 어디 틈에서 핀 꽃을 좋아하나 보다.
노란 꽃 이름을 매번 까먹는다.
동글동글 너무 귀엽다. 색깔도 너무 예쁘다.
초록빛 가득한 명동성당.
기쁨만으로 가득했던 봄은 아니었지만, 희로애락이 있었기에 이 봄은 더 빛이 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셨다.
이 세상의 일들은
저마다의 순리로 흐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흐름 안에서
조금의 여백을 내어주는 일입니다
계절대로 순리대로 흐르는 삶에 조금은 여백을 남겨놓기를,
삶의 여백에서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오롯이 즐기고 나에게도 남에게도 조금은 너그러울 수 있기를.
매 봄, 꽃을 보면 여지없이 사진을 찍었고,
금방 다른 계절들이 찾아오면
찍었던 사진들은 가끔가다 마주하며 여유 없이 일 년을 보내곤 했다.
매일매일 매 순간 치열하게 살고 있지만
일 년이 지나 돌이켜보면 비슷했던 나날들.
순간순간 기뻐하고 행복했던 감정들을
기록하고 곱씹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휘발될 것 같았다. 보통날 중 하나가 될 것 같았다.
우리는 여유가 필요하고 여백이 필요하다.
촘촘하게 살더라도 행복을 곱씹을 여유가 필요하다.
오늘의 내가 제일 젊기에, 이 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5월이 오기 전,
봄을 만끽하였던 사진들을 다시 보며
그 순간의 감정들을 되새겨보았다.
날이 좋아 행복했고 꽃 향기에 설렜고 봄바람에 마음의 근심이 날아갔다.
이제 5월이여, 오라!
*보너스 사진*
봄 강아지
함께 봄을 맞이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이 두 배
날이 좋아서 산책 시간도 두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