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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Feb 10. 2024

소통도 한 걸음부터 '스몰 스텝'

말을 잘 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며칠 못가, 아니 어쩌면 하루 만에 좌절한 적이 있을 것이다. 왜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내 문제인 걸까? 내 의지가 약한 걸까? 그렇지 않다. 우리의 뇌가 애초에 그렇게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한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엔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미국의 임상 심리학자 로버트 마우어 박사의 저서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을 보면 그는 “목표가 아니라 실행 방법이 문제다”라는 새로운 주장을 펼치며 ‘스몰 스텝 전략’을 제시했다. 즉,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우리 탓이 아니라는 거다. 갑작스러운 변화를 거부하는 인간의 본능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인간은 아주 먼 과거부터 살아남기 위해 주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작은 동물들이 ‘부스럭’하는 소리라도 들리면 본능적으로 수풀 속으로 숨거나 냅다 도망가듯이 말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방어 반응’이라고 이름 붙였다. 뾰족한 이빨과 날카로운 발톱 없이 긴 생을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런 ‘방어 반응’ 때문이다. 이런 본능이 우리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이상하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두 번째 이유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도전했으나 실패했을 때 받을 실망감이 성공했을 때의 쾌감보다 더 두려운 것이다. 이것 또한 그동안의 숱한 실패 경험들이 쌓여 축적된 본능적인 두려움이다. ‘낯선 곳에 여행 갔을 때 들렀던 식당에서 실망했던 경험’, ‘평소와 다른 길로 갔다가 늦었거나 길을 잃었던 경험’ 등이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것이다. ‘그래 안 하던 걸 하는 것보다 안전한 게 최고야’라는 생각이 우리를 서서히 지배해 왔고 그런 마음이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게 한 것이다.      


앞서 말했던 로버트 마우어 박사는 그래서 ‘스몰 스텝 전략’을 제시했다. 우리의 뇌가 환경이 변화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만큼 쉬운 것부터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해 목표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고 치자. 하루에 윗몸 일으키기 50개, 매일 만 보 걷기, 스쿼트 3세트를 정했다고 치자. 과연 며칠 동안 이를 실천할 수 있을까? 하루에 2천 보도 걷지 않던 내가 만보를 걸으려면 일부로 어딘가를 돌아다녀야 한다. 대부분 하루, 이틀을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곤 “아 역시 나는 안돼”라고 자책했을 것이다. 우리의 뇌는 ‘편한 길을 가라고, 굳이 니가 그럴 필요 없다고’ 계속해서 우리에게 속삭인다. 그런데 만약 내가 평소 걷던 것에서 500보 정도를 더 걷는다면? 배가 당기지 않을 만큼 스트레칭으로 윗몸 일으키기를 몇 개씩 매일 한다면? ‘에이 이 정도는 해도 괜찮을 거 같아’라며 우리의 뇌는 쿨하게 그것을 용인해 줄 것이다. 뇌가 환경이 변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만큼, 너무 쉬워서 도전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을 만큼 조금씩 시도하고 천천히 습관화시켜 가는 것이다.      

소통에 대한 노력도 마찬가지다. 한 숟갈에 배가 부를 순 없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하려 하다 보니 우리의 뇌가 ‘방어 반응’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처음엔 간단한 인사말부터 던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우리가 인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 않은가.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인사를 한다거나 회사에서 평소 안면이 있던 이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이다. 인사가 익숙해지면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또는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정도로 던져보는 것이다. 상대의 반응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내가 시도를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습관화하다 보면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하고 어이없어하는 내 모습을 볼 것이다. 또한, 자신감도 붙어 한 마디라도 더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것이다. 그러니 ‘스몰 스텝 전략’으로 우리의 뇌를 멋지게 속여보자. 나머지 대화 기법은 그 후에 익혀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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