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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Jul 04. 2024

18.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세상

나는 운동이 좋다. 그중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들이 더 좋다. 축구, 농구, 당구, 풋살, 족구 등 을 좋아하는데 이 종목들의 특징은 점수를 내서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의 즐거움, 점수 낼 때 느껴지는 짜릿함, 점수를 잃었을 때의 분함, 또 점수를 만회하기 위한 파이팅 등 모든 요소가 다 재미거리다. 당구를 제외하고는 체력단련용으로 좋기까지 하다. 운동 후 어울려 마시는 맥주는 정말 꿀맛이다. 이런 이유들로 여럿이 함께하는 운동이 좋다. 운동들은 하나의 특징이 있다. 점수라는 성과가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다.   


운동이 좋지만 모든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수영, 마라톤, 등산, 자전거 라이딩, 헬스 등 많은 운동을 해봤다. 그런데 이 운동들은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심지어 헬스 같은 경우는 1년 치 회원권을 끊어놓고 다 합쳐 한 달을 채 못 채웠다. 왜 그런 걸까? 이 운동들은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과가 즉시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지루하다. 즐거운 운동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같이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했다. 그 사람들은 오히려 구기종목들보다 더 광적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무언가 내가 모르는 매력이 있는 건 아닐까 찾아봤지만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다.


최근 건강을 위해 헬스를 다시 시작했다. 또다시 포기할 것을 염려해 6개월치만 끊었다. 그런데 4개월을 꾸준히 다니고 있다. 나에게 무슨 변화가 일어난 걸까? 갑자기 지루한 것을 이겨내는 마법에라도 걸린 걸까? 이전에 헬스장에 가면 나의 운동 순서는 이랬다. 러닝머신 20분, 자전거 10분, 기구 눈에 보이는 거 아무거나 4개 정도 무작정 힘쓰기. 그렇다. 부위별 운동방법, 순서, 기구사용 방법 아는 게 없이 그냥 무식하게 들이댄 것이다. 그러니 느는 것도 없고 재미도 없을 수밖에. 이번엔 달랐다. 스포츠 학과를 졸업한 직장 후배에게 운동 순서와 방법이 적힌 쪽지를 받아 그대로 따라 했다. '어라! 이게 왜 재밌는 거지?' 일단 거기 적힌 순서대로 기구를 다루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걸 하나하나 해낼 때마다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점수가 나지 않는데도 즐거웠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자 갑자기 몸이 달라진 것 같은 착시현상이 느껴졌다. 그러자 더 신나서 운동에 몰입했다.


나는 몰랐던 거다. 혼자 하는 운동은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쉽게 포기해 버렸던 거다. 헬스뿐만 아니고 각각의 운동에 분명 그들만의 매력이 숨어있었을 건데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던 거다. 사람의 선입견은 이렇게 무섭다. 운동뿐만 아니라 사람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내 눈에 색안경을 씌우면 그 사람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도 전에 그 사람을 판단해 버린다. 그러다 진짜 진국인 이들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앞으로 사람이든 운동이든 모든 것을 바라볼 때 색깔을 없애려 한다. 하얀 백지에 어떤 색깔로 세상을 물들이느냐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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