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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Jul 21. 2024

35. 선택과 합리화 그리고 후회

알람을 5시 50분에 맞춰놨는데 20분에 눈을 떠버렸다. '30분 더 잘까? 아님 지금 일어나서 책이나 볼까?' 망설이다 더 자는 쪽을 택했다. 결국 잠들지 못한 채 30분을 멀뚱멀뚱 뜬눈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책이나 볼 걸'이라는 후회로 하루를 시작했다. 출근길 배가 고파 편의점에 들렀다. 빵과 삼각 김밥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삼각김밥을 택했다. '그래 아침부터 빵을 먹으면 공복 혈당이 올라가 잘한 거야'라며 내 선택을 합리화했다.

점심시간에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엄청 고민했다. 김치찌개를 선택했고 후회했다. 다른 이들의 된장찌개가 더 맛있어 보여서였다.


아침부터 점심까지 하루의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몇 번이나 선택을 해야 했고 거기에 따른 후회, 합리화로 심력을 소모했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이야기한 것이지 그 외에도 양치 후 물을 몇 번 휑궈야 할지와 같은 사소한 것들까지 선택해야 할 일은 많았다. 우리의 인생은 이와 같이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소한 것부터 향후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것들까지. 선택에는 늘 합리화와 후회가 함께했다. '그래 10분 빨리 일어나서 책을 본 건 잘한 거야. 어차피 더 잤다고 해서 피로가 풀리진 않았을 거야.', '10분이라도 더 잘 걸 아침부터 피곤한걸 보니 오늘 하루가 힘들 것 같아.'


솔직히 합리화보다는 후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지나간 것은 늘 아쉽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참 바보 같다. 어제 10분 덜 잤을 때와 오늘 10분 더 잤을 때 모두 후회를 하니 말이다. 결국 욕심이 너무 많아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맘을 좀 달리 먹기로 했다. 어차피 어떤 것을 선택해도 후회할 거 반대로 만족하자고. 생각을 합리화 또는 정당화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후회한다고 달라질 것도 아닌데 좀 합리화하면 어떤가. 후회는 에너지 소모가 너무 심하다. 내 선택을 후회하는 그 순간 스쳐 지나가는 다른 기회들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그럴 바에야 그냥 '잘했어. 10분 일찍 일어난 덕분에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좋네'라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지 않을까!


앞으로도 수많은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합리화와 후회도 내 선택이다. 그렇다면 나는 합리화를 택하겠다. 그리고 조금 덜 후회하는 쪽을 택하겠다. 지금도 고민이다. 알람이 울릴 때까진 1시간이 남았다. 잠을 더 자야 할지 책을 읽을지 난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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