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혼자 계시는 경우 안부 전화를 하면서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라고 말하면 그분들은 뭐라고 말할까? "아니다, 필요한 거 없다. 니들만 아무 일 없으면 되지"돌아오는 답변은 십중팔구 이럴 것이다. 그럼 자녀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정말 부모님은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걸까? 아니다. 그분들은 필요한 것이 있어도 말하지 못할 뿐이다. 그저 자녀들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습관적으로 '괜찮다'라는 말을 입에 담으시는 것뿐이다.
그럼 자녀들은 이 사실을 정말 모르는 걸까? 물론 저 말의 의미를 그대로 믿는 이들이 많다. 어쩌면 저 말을 믿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도 피곤하고 힘들기 때문이다. 마음은 당장 부모님께 달려가서 무언갈 해드리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저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사실로 받아들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나는 됐다. 니들이나 많이 먹어라", "굳이 올 필요 없다. 나 혼자 하면 되는 걸"이런 말을 했을 때 자녀가 뭔가 사드리거나 부모님께 갔을 때 그분들의 표정은 어떨까? 말은 "아이고 바쁜데 뭐 하러 왔냐?"라고 하시지만 표정만은 활짝 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은 부모의 진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원하지만 쉽게 누군가에게 그것을 해달라고 말하지 못한다. 말로는 "에이 괜찮아요"라고 하면서도 해주길 바라고 있진 않은가.
한 번 괜찮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말자. 거절의 말을 하는데 "바쁜데, 뭐 하러 와", "너도 애가 있는데", "피곤할 텐데" 이와 같은 말을 한다면 그것은 진심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부모가 원하는 것은 물론 물질적인 것도 있겠지만, 우리의 관심이다. 하지만, 쉽게 그것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러니 그들의 말을 그대로 믿고 "괜찮으시겠지", "안 해도 되겠지" 이런 생각으로 행동했다간 나중에 후회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속마음 스캐너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게 없으니 이왕이면 "괜찮다"라고 할 때 가끔 "괜찮지 않다"로 읽고 반대로 행동해 보자. 나의 행동 하나에 마음은 배로 풍족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