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잠시만'은 도대체 얼마의 시간일까?
서비스 센터 등 방문했을 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말을 자주 들을 것이다. 그때 '잠시만'의 기준은 어느 정도일까?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10분이든 20분이든 모두 잠시만에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잠시만'은 5분 정도일 것이고 1분이 흐를 때 10분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기약 없는 기다림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잠시만', '조금', '금방'이 말로 인해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잠시만'이라고 해놓고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아무 말도 없으니 화가 날 것이고, 말한 사람 입장에선 분명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했는데 참지 못하는 그들에게 화가 날 것이다.
이처럼 우리말엔 자신의 입장으로 판단하는 애매한 용어가 많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런 문제가 해결될까? 그래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서 좀 더 수요자 입장을 생각해봐야 한다. 그들은 자신이 처리하는 업무가 얼마나 걸릴 것인지 대충 알고 있다. 그럼 이렇게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고객님 먼저 오신 분 업무를 처리하는데 5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5분이면 충분히 기다릴만한 시간이기 때문에 고객들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줄 것이다.
그리고 만약, 20분 정도 기다리라고 한다면? 기다리는 것은 고객의 선택으로 넘어간다. 20분을 기다릴지 다음에 다시 올진 그들이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다린다고 해도 화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5분을 기다리라고 한 다음 시간이 조금 늦어지게 된다면 3분 정도 더 걸릴 것 같다고 양해를 구한다면 이 또한 충분히 감내할 것이다.
우리는 불확실한 것을 두려워한다. 고통을 받을 때도 끝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처럼 내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정해진다면 우린 충분히 그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를 기다리게 한다면 적어도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나머진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니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