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센터나 병원, 관공서 등을 방문했을 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이 ‘잠시만’이라는 표현, 과연 어느 정도의 시간을 의미하는 걸까?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10분이든 20분이든 모두 '잠시'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 ‘잠시만’은 보통 5분 안팎일 것이다. 그리고 1분이 흐를 때조차 10분처럼 느껴지는 것이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심리다. 시간은 불확실할수록 더디게 흘러간다.
‘잠시만’, ‘조금만’, ‘금방’과 같은 모호한 표현들은 종종 오해와 갈등을 낳는다. 기다리는 사람은 “잠시만”이라는 말에 곧 불러줄 줄 알고 참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 말이 없으면 점점 화가 치밀 수 있다. 반면, 말한 사람은 “기다려 달라고 했잖아요”라며 되려 불쾌함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말에는 이렇게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하기 쉬운, 애매한 표현이 많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런 오해를 줄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서 먼저 이용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처리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지 대략 알고 있다면,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고객님, 먼저 오신 분 업무를 처리하는 데 약 5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5분 정도라면 대부분의 사람은 기꺼이 기다릴 수 있다. 기다리는 시간에 대한 선택권이 자신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20분 정도 걸린다고 말한다면? 그때는 선택의 주체가 고객이 된다. “기다리겠다”든지 “다음에 다시 오겠다”든지 결정하는 건 그들이다. 그래서 설사 20분을 기다리더라도, 자신의 선택이기 때문에 쉽게 불만을 터뜨리진 않는다.
혹시 예상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게 된다면, “죄송합니다, 3분 정도 더 소요될 것 같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을 두려워한다. 고통조차 끝이 보이면 견딜 수 있다. 마찬가지로 기다림도 시간이 명확하게 제시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를 기다리게 해야 한다면, 최소한 ‘기다릴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야 한다. 그 이후의 결정은 상대의 몫이다. 우리는 그저 존중하며 기다려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