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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박사 Nov 12. 2024

149. 내가 꼴찌는 아닐 거야

덜렁거리는 성격 때문에 많이도 혼났다. 희한하게 내가 가는 곳에 물이 있고 그릇이 있어 쏟고 깨지고 난리도 아니다. 요즘도 커피를 마시다 하얀 티셔츠에 흘리곤 '나는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을까?' 고개를 내젓는다. 그런 내가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생활을 하며 여태까지 잘 버틸 수 있었던 신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중간 정도는 하겠지'라는 이상한 믿음이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못난 사람이면 얼마나 슬플까? 그 못남의 기준은 얼굴일 수도 있고 실력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냥 그렇게 믿었다. 군대에서 헌병으로 근무했다. 부대에 출입하는 이들을 관리했는데 허가 나지 않은 사람이 들어가면 영창을 갈수도 있는 위험한 자리였다. 첨엔 '내가 무사히 제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웠다. 그런데 문득 '이 자리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거쳐갔을까?'라는 생각이 들자 그중 설마 나보다 덜렁거리는 사람이 없었겠나 싶었다. '그들도 다 무사히 전역했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자신감이 생겨났다. 


그 생각은 직장까지 이어졌다. 여러 업무를 맡으면서 그런 마음가짐으로 두려움을 떨치니 오히려 잘할 수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첨엔 꼴찌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점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갔다. 모든 일에 두려움을 가지면 움츠려 들기 마련이다. 그러면 뭐든 시작할 수 없다. 하루하루 무사안일을 외치면서 터지지도 않을 폭탄을 두려워하며 다른 것을 보지 못하게 된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이 있고 내가 하는 일도 많은 사람을 거쳐왔다. 잘하는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겠지만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든 돌아간다는 거다. 그러니 처음 하는 일이라고 겁내지 말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을 나는 여기에 대입하고 싶다. 두려움을 떨치고 시작하면 반은 그냥 간다라고 말이다. 나머진 내가 하기 나름이다. 일단 반이라도 시작하려면 '내가 꼴찌는 아닐 거야'라는 마음으로 두려움을 날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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