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를 읽다가 마음이 무거워져서 책을 덮었다. 강제로 끌려가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의식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며 매일 가족, 친구가 죽어나가는 것을 보는 것이 얼마나 고통일까? 그런데 그 죽음조차 무감각해져 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려왔다.
한편으로는 나에게 저런 일이 닥치면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절대로 저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경각심과 두려움이 뇌를 두드렸다. 사람을 극한으로 내몰면 본성이 드러난다. 수용소에서도 같은 처지에서 그 들위에 군림하는 이들이 나오고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문득 의문이 생겼다. 지금 이 세상은 수용소가 아님에도 사람을 헤하고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가 있지?'라고 할만한 짓을 행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또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많다. 왜 그런 걸까? 그들의 삶은 수용소의 것만큼 고통스러운 걸까?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그렇게나 다른 걸까?
그럼에도 수용소에선 살아남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 그들은 가족을 만날 수 있다.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럼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아무리 시궁창같이 느껴져도 내 삶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다면 지옥 같은 삶이라는 수용소를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지금 누리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자유가 박탈된 삶은 더 이상 나로서 살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을 때 내 삶은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거기에 희망을 더하면 더 나은 삶을 지향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