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든 Apr 04. 2024

시의 기준

당신의 시는 안녕하신가요?

조금 늦게 온 사람들

조금 일찍 와

화장실에 간 사람들

너무 일찍 와

기다리다 잠든 사람들

너무 늦게

너무 빨리

다른 기차에 탄 사람들



이성미 시인의 시집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가운데 “기차를 놓친 사람들”이다.


시를 감성과 언어유희, 사유의 부림 정도라고 생각하면 그가 누구든지 평생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극이다.


시인은 유치원생도 이해할 만한 글과 안전하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사람들,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삶은 생각보다 엉뚱하고, 그래서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시는 장난이 아니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당신의 계획에, 당신의 자부심에, 당신이 절망하고 있는 지점에, 당신이 자부하는 신앙에 이 시를 대입해 보라. 공포와 안도에 휩싸인 당신은 시인의 대단한 통찰에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어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장거리 여행 경험이 있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