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나타
블렌드 커피 ‘조르나타’는 그 이름 때문에 유독 재미난 사연들을 남겼다. 입소문이 났는지 오픈하고 조르나타 인기가 치솟았다. 한 번은 여성손님이 오셔서 “그, 그게 맛있다고 하던데.. 그 무슨 낙타 있잖아요?”라는 말씀에 웃음 꾹 참고 “네, 조르나타 말씀이시죠?”라고 응대했다.
베스트셀러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시스티나 대성당 천장화를 작업한 미켈란젤로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이탈리아어로 “하루의 일”이라는 뜻의 조르나타. 여러 번 불러보고 또 써봤다. 활자의 온기가 텅 빈 입속에 여운이 되어 맴돌았고, 결국 당신의 소중한 순간을 채워 줄 커피라는 의미로 이름 지었다.
이번 주 목요일은 첫눈이 예고되었다. 시인 백석은 가난한 자신이 나타샤를 사랑해서 푹푹 눈이 나린 다고 믿었다. 나타샤를 향한 조금은 낡은 사랑이 스러지지 않고 부활한 것일까. 겨울은 겨울의 일을 하고, 사랑은 사랑의 일을 한다. 누군가의 하루에 잊히지 않을 여운을 남기려 나 또한 새하얀 눈으로 덮인 잔에 조르나타를 붓는다. 그것이 겨울을 통과하는 우리의 하루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