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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 Apr 18. 2024

그런 식으로 말하면 기분 나쁘다.

친구, 되어 가기


음악으로 유명한 아이유(Indiana

University)

인디애나 대학은 약어로 “IU”, 가수 “아이유”와 똑같은 발음으로 부른다. 그러고 나니, 어떤 작가님이 좋아하는 일본가수 “아이묭”도 맥락 없이 떠오른다.


처음 블루밍턴에 도착해서 자주 갔던 곳을 꼽으라고 하면, 메리를 만난 블루밍턴 공립도서관​과 학교 안에 있는 음악당인 “The Musical Arts Center (MAC, 표지 참조)”​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는 워낙 무지해서 줄리어드음대나 겨우 들어봤으나, 와서 보니 우리 학교(IU)도 미국 내에서 음악분야에서 상위권에 있다고 한다. 학교 부심 ㅎㅎ    

 

그러나, 나에게는 그런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리사이틀, 작품 연주회, 졸업 연주회 등 각종 공연을 언제라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곳에 가면, 넓은 음악당 한쪽 구석에 박혀 이국땅에 타인이 아닌 관람객 모드로 앉아 있을 수 있는 느낌이 평안함을 주었다.



서로 다르니 다르다고 할 수밖에

그녀는 미국인이고, 나는 한국인이니 우리가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로만 유지되었다면, 잘 인식되지 못했을 것들이 자주 만나게 되면서 서로의 차이가 조금씩 나타났다.      


어느 날, 메리의 수업시간에 한 외국 학생이 잘 못 알아듣고 엉뚱한 대답을 한 적이 있었다. 메리가 그 학생한테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할 말이 있었지만 참고 있다가 수업이 끝나고 나서 결국엔 한마디 했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기분 나쁘다.]

Thums down 하는 남자와 승리의 "V"하는 여자

(나) “그런 제스처(사진의 왼쪽)는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다.”     


(메리) (당황하는 표정)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고...”


(나) “우리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틀리게 대답할 수 있는데 “틀렸어(Wrong)”라고 하면 다시 대답하기 힘들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라.“


이번엔 메리 차례     

(메리) “한국 사람들은 사진 찍을 때, 'V'(사진의 오른쪽)하면서 찍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냐?”     


(나) (한국 사람들이라고 언급할 때부터 무엇이 나를 기분 나쁘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대답도 하기 전에 이미 기분이 조금 상함) “잘 모르겠다.”     


(메리) “모든 사진에 다 'V ‘하고 있으면 좀 이상하지 않냐?”     


(나) (질문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아마도 우리는 기본적으로 부끄러움이 많고 사진 찍히는 게 어색해서, 그것을 조금 탈피하려고 그나마 그렇게라도 하는 것 같다.”     


(메리) “Hmm”          


메리의 다국적 수업    

먼로카운티 공립도서관의  교실 (공식 홈페이지)


메리의 수업은 학생 수가 열 명 내외이었으나, 중국, 대만, 러시아, 브라질, 중동, 한국 등으로 국적은 그야말로 다국적군 같았다.     


교실 안, 세계지도(사진 참조)에는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이 자기 나라 위치에 스티커를 붙여 놨었는데, 우리나라 지도에는 스티커를 붙일 공간이 남아있기는커녕 이미 스티커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대학생, 대학원생, 박사과정, 나처럼 연수 과정으로 온 직장인들 또는 현지 거주하는 외국인들로 참석자들의 직업군은 다양했으며, 그러다 보니 나이도 20대부터 60대까지 편차가 매우 컸다.      

    

서로 영어로 소통하다 보니 존칭이나 직책은 애초에 없었고, 나이와 국적에 상관없이 서로 이름을 부르며 친구처럼 지냈다.


그냥 메리라고 부르세요

도서관 밖은 아직 차가운 봄바람과 뜬금없이 내리는 눈으로 블루밍턴의 삼월은 차갑고 시렸으나, 도서관은 우리에게 따뜻한 안식처와 같았다.

     

메리를 비롯한 자원봉사로 영어를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은 모두가 친절했으며, 언어 문제뿐만 아니라 타향살이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우리를 도와주려고 했다.    

 

동양계 학생들 중 몇 명은 메리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묻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나라에서 하듯이 깍듯이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메리의 대답은 언제나,  “그냥 메리라고 불러 주세요.”      

  

친구, 되어가기

만나자마자 미니어처박물관​에서 긴 하루를 같이 보내고 나서인지, 다시 만났을 때는 이미 초면의 쑥스러움이나 어색함은 사라져 버렸다.     


수업 이외에도 때때로 그녀가 자주 가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는 것은 자연스러웠고,

가끔은 블루밍턴 주변의 메리가 가는 곳을 따라다니기도 했으며,

보통의 여자 친구들처럼 일상의 수다를 떨었다.  

   

여전히 주어와 동사 시제를 틀리고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헤아릴 수도 없었지만, 열심히 참고 들어주는 메리 때문인지 그런대로 우리의 이야기는 이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집으로 초대를 했다.

미국인의 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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