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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 Apr 25. 2024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

아무런 준비 없는 집주인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

찐 옥수수는 처음?

드디어 기다리던 블루밍턴의 봄이 왔다. 블루밍턴에 머무르는 동안 봄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었으며, 사월이 되니 IU대학(표지 참조), 길거리, 주택가에도 꽃들이 막 피어나기 시작했다.


맥코믹 주립공원(McCormick State Park)에 야생화를  보러 가자는 메리의 제안에 이제는 바로 “OK”.


어디를 가든 미국에서 운전은 언제나 메리!!!

그때만 해도 메리가 지금보다 젊고?? 아직 여든은 아니었으니… 그러나, 매번 운전을 하는 것이 조금은 미안해서 예의 바른 한국인답게 먹을거리와 음료수를 챙겼다.

인디애나 하면 옥수수, 우리나라의 찰옥수수와는 다르나, 아삭아삭하고 달콤한 옥수수를 삶아서 가져갔다.  



(나) “옥수수 따뜻할 때 먹자”

(메리) (약간 놀란 표정)

(나) (나의 정성에 놀랄 줄 알았어) “드세요”

(한국인 친구) “우와!!! 맛있겠다”

(메리) (모호한 표정) “Interesting… (흥미롭군…)”

(나) “맛있지 않아???”

(메리) “생각보다 맛있다.”     


메리의 표정을 보고 현지인들은 옥수수를 삶거나 찌기보다는, 버터를 바르고 구워서 먹는 것이 일반적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찐 옥수수의 맛을 모르고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멕코믹 주립공원, 메리와 함께, 2018년 4월 어느 날 봄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메리의 집"

메리가 보내온 그녀의 집, 2024년 4월 현재


메리의 초대로, 수업이 끝나고 몇 명 학생들과 같이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집은 블루밍턴 도심 하고는 떨어져 있었으며, 가던 길에 만난 집들에서는 말도 보이고, 커다란 개들도 보였으며, 건초더미나 나무가 쌓여있는 집도 보이는 시골 동네였다. 그래도 우리네 시골동네와는 확연하게 달랐으며, 그저 외진 느낌이었다


넓은 정원 한가운데에 소담한 집과 더 소박한 작은 창고가 있었으며, 커다란 나무와 그네, 작은 개울가까지 있는 아름답고 조용한 집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한마디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이었다.

오랜만에 가사를 찾아보니 명곡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이렇게 살 수 있다면, 내내 행복할 것 같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 년 살고 싶어
봄이면 씨앗 뿌려 여름이면 꽃이 피네
가을이면 풍년 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


외롭지 않냐? 무섭지 않냐?

"남편과 함께 살다가 혼자 사니 외롭지 않냐,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데 무섭지 않냐, 이웃들 집도 떨어져 있는데 서로 아는 척하며 지내냐 등등 " 많은 질문을 이번에는 내가 쏟아냈다.

    

메리는 무섭지도 않고, 외롭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사는 삶이 익숙해서 그런가 보다 했으나, 시간이 가면서 때때로 혼자 있는 그녀가 신경 쓰이긴 했다.  


아무런 준비 없는 집주인

예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엔 손님이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초대받는 문화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친구의 신혼집이나 새집에 이사 간 직원의 집들이, 칠순잔치나 돌잔치 등 다양한 경조사에 선물을 들고 "남의 집"에 갔었다.  

공간이 협소할지라도 옹기종기 앉아 집주인이 차려 준성대한 “밥”을 먹고, 심지어 가벼운 게임(아마도 화투)을 했던 적이 있었다.


처음 메리 집에 초대를 받았을 때, 한국 학생들은 한국 사람답게 빈손으로 가도 될까 하는 부담감이 들어 무엇을 사 갖고 갈지 서로 의논까지 했었다.   


도착해 보니 막상 집주인인 메리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느긋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알고 보니 메리는 요리에 재주나 취미가 전혀 없었으며, 심지어 집에서 요리를 거의 하지 않았다. 간단한 음료수와 스낵 같은 것을 먹었는지, 그날은 그냥 물만 마시고 돌아왔는지, 그 조차도 기억이 희미하다.


타인의 시선에 엄청나게 민감한 우리는 친구일지라도 사람을  "내 집"으로 초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게 돼버렸다. 자랑할 것 없는 집 자체를 보여주는 것도 어색한 데다, 손님대접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무겁다.


아무리 반가운 손님이라도 마음속으로 손님맞이에 대한 번거로움과 대접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면, 다시 또 초대할 수 있을까? 초대받은 손님은 나의 불편한 마음을 눈치채지 못할까?


아무런 준비 없는 집주인으로 인해 메리의 초대는 마음이 편안했다.  집주인과 닮은 그녀의 살림살이도 다정하고 따뜻했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그 어떠한 진수성찬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항상 그랬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날 이후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문턱이 닳도록 아무런 준비 없이 그녀의 집에 다녔다.


덧) 메리 집 사진은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 그녀에게 부탁했더니, 카카오톡으로 보내왔다.  카톡을 쓸 줄 아는 미쿡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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