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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 딕슨 블루 라군에서의 하루

by Aunty Bo Mar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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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 친구들과 함께 포트 딕슨 블루 라군으로 피크닉을 떠났다. 웨이즈에 블루 라군을 검색해 찾아간 곳은 푸른 바다가 펼쳐진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모래사장에는 작은 게 들이 가득했다.


문득, 몇 년 전 우리가 처음 말레이시아에 왔을 때가 떠올랐다. 한국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가까운 바닷가를 찾다가 포트 딕슨을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블루 라군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해변에는 쓰레기가 많았고, 지저분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솔직히 다시 올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찾은 블루 라군은 너무나 달랐다. 

탁 트인 바다, 깨끗한 해변,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달라진 것은 과연 해변일까, 아니면 내 마음이었을까?


구글에서 조수 간만의 차를 확인한 후, 썰물 시간에 맞춰 블루 라군 해변에 도착했다.

물놀이를 하기에는 썰물 시간이 제격이었다. 아이들은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다가, 물이 빠지자 게와 조개를 잡으며 신나게 놀았다. 해변에서는 취사가 가능해서 돗자리를 깔고 편하게 음식을 해 먹을 수도 있었다.

"컵라면 먹고 싶은 사람~!" 

첫째 아이 친구의 엄마들이 버너, 물, 냄비를 챙겨 와 아이들과 함께 컵라면을 끓여 먹었다. 수영하고 게를 잡으며 놀다가 중간에 먹는 매콤한 컵라면 한 그릇… 아이들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컵라면!” 이라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둘째 아이와 함께 더 멀리 나가 게를 잡았다. 맹그로브 나무 근처에서 원숭이들이 나무를 타고 놀고 있었다.

갑자기! 원숭이 한 마리가 물속으로 풍덩 빠졌다. 놀란 우리는 가만히 지켜봤다. 그러더니 또 한 마리가 다이빙하듯 물에 뛰어들었다.

"원숭이도 수영을 하는 거야?"
나무를 타다가 실수로 떨어진 건지, 아니면 일부러 뛰어든 건지 궁금했다.


한참 동안 게를 잡다가, 누군가 "이게 뭐야? 작은 청포도 같아"라며 물속에서 작은 열매 같은 것을 발견했다.

찾아보니, 바다 포도라는 해조류였다. 식용으로도 사용된다고 했다. 아이들은 갑자기 흥미를 느꼈는지 "바다 포도를 따자"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때, 근처에서 바다 포도를 채집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현지인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대학 강의를 위해 바다 포도를 채집하고 있다고 했다. 한 엄마가 그들에게 먹어도 되는지 묻자, 먹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깨끗하지 않을 수도 있고, 탈이 날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아이들은 바다 포도를 채집하는 재미만 느끼고, 먹는 것은 포기했다.


밀물이 차오르자, 아이들은 바나나보트를 타고 싶다고 졸랐다. 하지만 생각보다 비쌌다. 엄마들이 "너희가 가격을 흥정해 오면 태워줄게!"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진짜로 가격을 흥정하러 갔다. 얼마 후,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돌아온 아이들은 흥정에 성공했다며 빨리 태워달라고 했다.


아이들은 신나게 바나나보트를 타며 이번 피크닉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둘째 아이는 끝까지 잡은 게를 집에 데려가고 싶어 했다. 둘째 아이의 집요한 설득에 결국 게를 집으로 데려왔다. 바닷물도 1.5L 물통 두 개에 함께 담아 가져와, 며칠 동안 물을 갈아주며 게를 관찰했다. 생각보다 게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잘 살아 있었다. 그러다 일주일 후에는 더 이상 갈아 줄 바닷물이 부족해졌다.


결국, 게들을 다시 놔주러 포트 딕슨으로 떠났다. 이번에는 반대편의 새로운 해변을 발견했다.

주차 공간이 넉넉했고, 해변의 모래도 새로 덮은 듯한 느낌이었다. 모래를 발로 걷어내자 조개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마치 일부러 조개를 뿌려놓은 것처럼... 엄청나게 많은 조개들이 있었다.


우리는 게를 놔주러 왔다가 조개를 잡으며 또 한참을 놀았다. 한참 조개를 잡고 놀다가, "이제 조개들도 집에 보내줘야지?"라고 둘째 아이에게 말하니 충분히 놀았는지 순순히 잡았던 조개들을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다.


저녁이 되자, 근처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연히 발견한 중국 음식점 "Restaurant Top Seafood"에서

조개탕을 시켰는데, 아이들이 너무 맛있다며 폭풍 흡입을 했다. 아까 조개를 잡아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지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포트 딕슨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차들로 가득 막혀 있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왔다. 다행히 우리는 반대 방향이라 막히지 않고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같은 장소라도, 나의 마음 상태에 따라 느낌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실망했던 해변이, 이제는 다시 찾고 싶은 소중한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한 신나는 물놀이, 게 잡기, 바다 포도 찾기, 바나나보트, 그리고 맛있는 조개탕까지! 나에게 포트 딕슨 블루 라군은 당일치기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여행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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