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유학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해 나가는 동안, 나는 어느새 집안일만 반복하고 있었다. 청소, 빨래, 설거지… 바쁘게 움직이는데도 마음 한켠은 점점 무기력해졌다.
그 무기력함은 아이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이 단어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첫째 아이가 열심히 하지 않는 모습을 보거나, 잠시 노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저 지켜봐주지 못하고, 끊임없이 다그쳤다.
하필 그 시기, 아이는 사춘기를 맞이했다. 아이는 홀로 서고 싶어 하고, 나는 아이 곁에서 모든 걸 통제하려 했다.
‘이렇게 놔둬야 하는 거구나’ 하고 스스로를 다잡아도, 어느새 다시 아이를 몰아세우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남편은 내게서 웃음이 사라졌다고 했다. 첫째를 대할 때 나는 너무 건조하고 사무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이는 예전의 따뜻했던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내가 첫째 아이의 상냥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듯, 아이 역시 그 시절 엄마의 따스한 시선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왜 아이에게 웃어줄 수 없었을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정말 잘해냈던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기대치가 높아졌던 건 아닐까.
첫째 아이의 성장은 내 성취처럼 느껴졌고, 언젠가부터 아이를 나의 만족을 위한 기준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던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내 자신이 무서워졌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지금 이 상태로 계속 간섭하고 조급해하면, 우리 관계는 더 깊은 골이 생길지 모른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나를 나대로 회복해 가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함께 걸어야 할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