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심일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한 번만 더 등을 돌리자

180도가 360도가 되는 순간

by 현진형 Feb 27. 2025
아래로

직장 동료에게 30분 단기속성 절세계좌 운영 방법 강의를 들었다. 머리가 꿈틀 했다. 그동안 뭐 했나 싶었다. 이런 자각을 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강의는 우연에서 시작됐다. 평소 점심시간에 운동하느라 동료들과 밥을 먹지 않는다. 어제는 갑자기 회의가 1시로 당겨지면서 어쩔 수 없이 남은 사람 셋이서 밥을 먹게 됐다. 딸랑 셋인데 나 혼자 안 먹겠다 하기가 어려웠다. 배도 고팠고. 평소 먹던 조합이 아니니 어색했다. 각자 분위기를 살리고자 다양한 이야기를 끄집어냈고 재테크가 등장했다. 마침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이야기가 나왔는데 둘 다 상세히 설명해주지 못했다. 들어오자마자 전문가라는 동료에게 헬프를 쳤다. 그렇게 들었던 30분 강의는 내 안에 있던 뭔가를 깨우고 다시 꿈틀거리게 했다.


결혼 후 경제권은 아내에게 넘겼다. 나보다 훨씬 적임자라 생각했고 무척이나 편했다. 고민거리가 없어졌다. 그렇게 10년이 지나는 동안 없어진 건 고민뿐이 아니었다. 돈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다. 어느 순간 깨닫긴 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한껏 등을 돌려 외면했다. 주위에서 재테크 이야기만 할 때도 난 신경 쓸 필요 없다며 쿨한 척 등을 돌렸다. 그렇게 버텼다. 이게 편하다며. 스스로 세뇌했다. 하지만 등 쪽이 꽤나 간지러웠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건 관심이 사라지니 내 손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분명 꼬박꼬박 월급 받고 돈을 벌고 있는데 내 손에 쥐어지는 건 없는 기분. 돈과 친구는 같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지금 돈은 내 주위에 없다.


30분짜리 명강의는 다시 돈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돈을 똑바로 쳐다보기 위해선 돌렸던 등을 다시 돌려야 한다. 까짓 거 한 번 돌렸던 등 두 번 돌리기 뭐 어렵겠나. 한 번 돌려보자. 거기 누가 기다리고 있니 한 번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이 제일 무력하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