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커피값이 아깝지 않니?

카페탐방도 치료입니다

by 드망

커피값이 아깝지 않니?

요즘 자주 카페 탐방을 다니는 나에게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요양보호사 일 해서 힘들게 번 돈을 왜 그런데 쓰면서 낭비하느냐는 말이다.


몇 년 전.

부신피로와 처음 자율신경실조증 진단을 받았다. 그때 다녔던 기능의학과 의사는 영양제와 수액에 집중하는 치료를 했었다. 몸이 너무 예민한 나에게는 영양제, 수액이 점점 힘들어졌다. 결국 1년 정도 버티다 포기해 버렸다.

그 후로도 다른 의사를 통해 치료를 시도하다가 역시 포기했다. 내 몸이 워낙 별나서 의사들이 난감해하는 것을 내가 견딜 수가 없어서였다.


그래도 꾸준히 내가 힘들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영양제를 찾아서 먹었다. 자율신경 실조증에 좋다는 스트레칭도 꾸준히 해왔다.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 부신피로, 자율신경 실조를 치료할 수 있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몇 달 전.

다시 검사를 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많은 노력을 했으니까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조금은 했었다. 내 몸 은 전혀 아니라고 하지만 내 마음은 회복이라는 단어에 목을 맸다. 이변은 없었다. 역시 극심한 자율신경 실조와 부신 고갈이었다. 스트레스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사의 접근 방법이 달랐다. 영양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스트레스 관리라고 강조했다. 이미 만성 스트레스 상태이다. 이 상태를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은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으라는 언이었다.

내가 정말 즐거워하고 편할 수 있는 나만의 것을 찾으라는데..


이미 몸도 마음도 지쳐서 살아내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생각할 여력조차 없어진 지 오래다.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하나?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좋아했던 그림 그리기도 다시 시작하려니 엄두도 안 났다. 플륫을 다시 하려니 손가락 관절이 이미 굳어져서 도저히 키를 빨리 누를 수도 없고, 무언가를 다시 배우기 시작하는 것, 그리고 익숙해지기 위해 연습하는 것조차도 스트레스였다.


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딸아이와 함께 가는 카페에서 내가 편안해하는 것을 발견했다. 집에서도 답답하면 카페에 가고 싶어 하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왜 카페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딸아이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그러면 아예 카페 탐방을 다녀 보자는 제안을 했다. 어차피 자기도 일할 때 환경 바꾸고 싶어 가는 카페니까 좋지 않겠냐고.


그렇게 나의 카페 탐방이 시작되었다. 딸아이가 검색을 해서 찾은 곳을 간다. 다니다 보니 대형 카페보다는 약간 중간 정도의 규모가 좋았다. 어차피 딸아이는 집중해서 번역을 해야 하니 대형 카페의 산만함이 불편하다. 너무 작은 개인 카페는 오래 앉아 일하기가 불편하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는 편안한 분위기다. 조용하고 따뜻한 느낌이 좋다. 어차피 카페인 때문에 커피는 못 마시지만 가끔 은 디카페인으로 시위를 한다. 이 가을은 시나몬을 잔뜩 얹은 카푸치노가 좋다.


딸아이가 일을 하는 동안 글도 쓰고, 책도 읽는다. 사람들도 보고, 카페 인테리어도 유심히 살핀다. 음악에도 집중해 본다. 클래식이나 가벼운 연주곡을 선호하는 내 취향도 알게 됐다. 다른 생각 없이 그 순간, 카페를 누린다.


뚜렷한 진전은 없다. 하지만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살아가는 삶이 의무만이 아닌 누리는 삶을 가질 자격이 나에게도 있구나!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이게 된다. 애썼다고! 이제는 조금 더 편해도 된다고!


결론은 커피값이 아깝지 않다고요!

병원 치료비보다는 훨씬 싸답니다.

keyword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