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이 문제다.
나는 요즘 호르몬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일방적으로 군수물자가 거의 공급되지 않는 패전만 거듭하고 있지만. 내가 지금 힘들어하는 많은 증상들이 결국 호르몬 부족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3천 가지 이상의 온갖 호르몬이 잡다구리 한 역할을 하며 우리 몸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 저런 호르몬이 모두 부족 상태라고 한다. 코티솔은 과다분비 되다가 파산 상태에 이르러서 영업종료 상태란다.
호르몬은 커다란 수영장에 스포이트 한 방울의 양으로도 우리 몸에 영향을 준다. 이건 내가 즐겨 쓰는 표현인 병아리 눈곱만큼 에 비교도 안 되는 미세한 양이다. 고작 먼지만도 못한 양에 내 몸이 휘둘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허탈하다.
이런 호르몬의 부족으로 겪어야 하는 온갖 증상들 덕분에 내 몸은 종합병원이 되었다. 보통 몸이 어디가 안 좋아지면 우선 증상에 집중하고 그에 대한 치료를 하게 된다. 약을 못 먹는 나는 그냥 나아지기를 기다리거나 민간요법에 많이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많은 부분이 증상의 원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원인을 알면 문제 해결은 쉬워지는 법이니까!
소화가 잘 안 되고 역류가 있었던 것도 결국 부신 피로가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동안 위장 치료 자체에 쏟았던 정성이 허망하다. 당뇨, 혈압 등도 부신의 문제일 수 있다고 하는 걸 알고는 수수께끼가 풀리기도 했다. 고기나 기름진 음식을 안 좋아하는 야채러버에, 빵은 좋아하지만 통밀빵이나 호밀빵을 가끔 먹는 정도인데 대사증후군이 너무 이른 나이에 시작된 것을 의사들도 의아해했었다.
이렇게 호르몬이 엉망진창이 된 것이 결국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내가 HSP인 것이 더욱 스트레스에 부채질을 했다. 별문제 아니라 생각했던 스트레스의 누적이 만성 스트레스를 만들었다. 거기에 자율신경실조증까지 더해져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되었다. 가끔 내 몸이 밤하늘에 사방으로 터지는 불꽃놀이 같은 느낌이 든다.
부신을 회복하면 자율신경실조증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부신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그 외에 멜라토닌 희복을 위해 햇빛 쬐기와 수면 주기를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도파민을 끌어올리려고 삶 속에서 즐거운 일을 만드려고 애쓰고 있다. 물론 적당하게 몸을 움직이는 과하지 않은 운동도 곁들인다. 세로토닌 같은 경우는 뒷머리의 미주신경이나 미간 사이를 자주 마사지 한다. 이런 마사지가 즉각적인 세로토닌 분비에 효과가 있다는 글을 읽었다.
하지만 호르몬 생성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잠이다. 부신도 안 쓰고 쉬게 해줘야 한다는데 안 쓰려면 자야 된단다.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의 숙면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시간에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며 우리 몸을 치료한다. 되도록이면 9시 이전에 자리에 눕는다. 의사는 수면 문제 해결을 위해 멜라토닌과 마그네슘 테아닌을 권했다.
요즘 말하는 저속 노화도 결국 호르몬의 문제다. 지난겨울 부신 호르몬 검사를 신청했는데 검사 항목이 항노화스트레스 검사라고 했다. 내 호르몬 나이는 지금 내 나이보다 13.8세가 많다고 나왔다. 이쯤 되면 엑셀레이터 밟은 가속 노화다.
호르몬 회복을 위해 기능의학과 의사와 상담을 여러 번 했다. 영양제는 의사가 추천했다. mds, 소변 유기산 검사를 통해 심각한 마그네슘 부족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도 하루 400mg 정도를 먹고 있었는데 새발의 피였다. 마그네슘은 우리 몸에서 300가지 이상의 조효소로 쓰인다. 호르몬이 그 지경인데 마그네슘까지 심한 결핍이었으니 회복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다음은 내가 매일 숙제하듯 해야 할 일이다. 수면주기를 맞추고, 식사 시간을 맞추고, 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위해 깊은 호흡을 하는 시간을 가지고, 매일 햇빛을 쬐며 걷고, 내가 즐거운 일을 찾아서 하고, 기타 등등이다.
매일 규칙적인 바른생활 어린이가 되어야 할 일이다. 그러면 몸이 알아서 회복할 거라니 믿고 애써볼 참이다.
그런데..
워낙 자유로운 영혼이라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