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완화를 도와주는 깊은 호흡
만성 스트레스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명상을 많이 권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라고 기능의학과 의사는 먼저 명상부터 시작해 보라고 조언을 했다.
명상이 좋다고 해서 이미 시도는 해 봤었지만 나는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포기한 상태였다. 머리를 비우고 명상을 하라는데 난 머리 비우기가 안된다. 평소에도 생각이 마구 들락거리는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의 대표적인 인물이 나다. 머리를 비우려고 하면 더 생각이 많아져서 두통까지 생겨서 진즉 접은 일이다.
그래도 만성 스트레스 상태를 해결해야만 부신피로도, 자율신경실조증도 풀어갈 수 있다니 무언가는 해야 했다. 의사는 안되면 깊은 호흡만이라도 해 보라고 권했다. 깊은 호흡도 쉽지는 않겠지만.. 뭐든 머리를 비우라는 것이 전제가 되니 나한테는 더 스트레스였다.
깊은 호흡에 대한 유튜브 영상과 블로그를 열심히 섭렵하다가, 그냥 깊은 호흡 그 자체에만 집중해 보라는 영상을 만났다. 생각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내 호흡에만 집중하라는데.. 뭐 길게는 못하겠지만 해 볼 수는 있겠다 싶어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니까)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 깊은 호흡을 시작했다. 깊은 호흡이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니 내가 좋아하는 일석이조, 일타이피다. 처음에는 4-6, 4-7-8 이런 호흡을 하라는 데로 했는데 이것도 신경을 쓰자니 잠이 더 깨는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그냥 느낌 아니까! 느낌대로 적당히 들이마시는 숨과 내뱉는 숨을 조절했다.
워낙 집중력 하고는 담을 쌓고 살아서 몇 번 깊은 호흡을 하다 보면 원래의 숨으로 돌아와 있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몇 달을 해 온 지금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깊은 호흡이 조금씩 점령 타임을 늘려가고 있다.
뭐라도 해야 하니까 하기는 하지만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믿지는 않았다. 몸이 이러다 보니 좋다는 것은 웬만하면 다 해 보는 편인데 사실 효과를 본 경우는 거의 없는 경험이 앞섰으니까.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잠자리에 들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낮에 쉴 때 해 보려고 노력은 했다.
내가 워치를 차는 이유는 하루 걸음수를 알기 위해서였다. 만보기면 충분할 것 같은데 아들 녀석이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억지로 채워 놓은 놈이다. 뭐 만보기보다야 폼 나니까 그냥 매일 하고 다니는 수준이다. 어느 날부턴가 만보기의 스트레스 상태에 관심을 가졌었다. 이게 워치가 잘못된 건지 어떻게 볼 때마다 스트레스 가득 상태인지.. 내가 그렇게 만성 스트레스 상태인 것은 모르고 그냥 워치가 맛이 갔다고 투덜댔다.
깊은 호흡을 하고 얼마 후부터 이 워치가 이상해졌다. 항상 스트레스 가득 상태이던 놈이 슬쩍슬쩍 위치 이동을 하는 것이었다. 어떨 때는 편안이란다. 뭐 일단 고장은 아닌 것은 확인했고. 그래도 스트레스가 높다는 사인을 하는 때가 많지만 확실히 변화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제대로 확인도 해야겠다 싶어서 깊은 호흡에 더 정성을 쏟았다. 하다 보니 호흡에 더 집중하게 돼서 머릿속에서 생각이 댄스파티를 벌리는 일도 점점 줄어 들어갔다. 한 달 전쯤부터는 스트레스 사인이
거의 안정 영역에 들어 있다. 가끔 나도 느낄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최고지점에 가 있기도 하다. 몇 달 전에 비교하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깊은 호흡이 효과가 있다. 항상 신경이 피아노줄 당겨 놓은 느낌이던 것이 많이 줄어들었다. 쉴 때도 편히 쉬지를 못해서 차라리 일을 하는 것이 나을 정도였다. 완전하지는 않아도 쉴 때는 그냥 쉴 수 있는 여유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
깊은 호흡은 교감신경을 낮추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서 휴식 상태로 이끌어 준다. 불안과 우울감도 감소시켜서 정신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메타 분석 결과도 있단다. 혈압에도 도움이 돼서 깊은 호흡 몇 번이 수축기 혈압을 3~4mmhg 정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단다. 혈중 산소도 증가시키고, 폐 안의 잔기 가스를 배출시키기도 한단다. 깊은 호흡을 하게 돼서 다행이다 싶다!
여기다 더 좋은 것은 림프 마사지를 공부하다 보니 깊은 호흡이 림프에도 효과가 있다. 림프는 온몸에 퍼져 있다. 피부 가까이 있는 것은 손으로 마사지가 가능하다. 몸속 깊숙이 내장 기관에 있는 림프는 자극할 길이 없다. 바로 이 깊은 호흡이 내장 기관의 림프를 마사지하는 효과가 있단다.
또 한 가지. 허리가 안 좋아서 허리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그 스트레칭 중에 깊은 복식 호흡을 하는 부분이 있다. 이 호흡이 허리 주변 근육을 자극한단다. 이건 일타이피, 일석이조 정도가 아니다. 그냥 그물에 주렁주렁 달려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자주 워치를 확인한다. 평안 상태이면 기분이 엄청 좋다. 스트레스가 높다는 사인이면 깊은 호흡으로 스트레스를 낮추려 노력한다. 스트레스도 내 안의 모든 무거움도 날아가는 상상을 하며 깊이깊이 숨을 내쉰다.
하지만 살은... 안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