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관리
평생을 양치질을 하면 피가 났다. 항상 잇몸 어딘가가 부어서 핏멍울이 고이고 피가 줄줄 흐르고.. 내가 기억하는 선까지 언제나 그랬다.
그냥 그게 정상인 줄 알고 살았다. 한 번도 잇몸이 문제가 없었던 적이 없어서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사는 게 바쁘다고 치과 정기검진 같은 거 남의 일인 줄 알고 살았다.
잇몸병이 만성염증을 일으키고, 당뇨까지 불러온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진작 조심하며 살았을 것이다. 잇몸병 균이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염증을 일으킨다. 어떻게 보면 아무리 운동 잘하고 음식 조심해도 잇몸병이 심하면 몸에 화약을 심고 다니는 형국이다. 역시 무식해서 용감했다.
5 년 전쯤부터는 너무 힘들어져서 치과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피가 나는 것은 평생 그래왔으니까 그러려니 했다. 잇몸 염증이 너무 심해지고, 통증도 심해졌다. 잇몸이 계속 내려앉아 빠지기 일보직전인 이빨까지. 이가 시려서 뜨거운 거 찬 거 못 먹는 것도 점점 심해졌다.
잇몸 치료를 거의 계속하다시피 하면서 지냈다. 치과에 다니는 것도 힘들고 지겨운 일이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잇몸이 아무리 부어도 항생제를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그저 치과에 가서 잇몸 치료만 하면서 너무 심한 염증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었다.
2년 전 우연히 다른 치과를 갔었다. 의사의 말이 나는 잇몸균이 충치균보다 더 취약한 체질이라 관리를 잘하고 살았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고 보니 구강 문제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만 충치 때문에 힘들었던 것은 아주 어릴 적 기억뿐이다. 의사는 병원 치료도 중요하지만 평소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
당연히 양치질을 잘해야 한다. 치간 칫솔과 치실로 매일 깨끗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치간칫솔이나 치실은 그냥 생각나면 하는 정도였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이빨이 빠지기 시작할 거라고 겁을 줬다. 내가 X- ray를 봐도 한심했다.
그때부터 겁을 잔뜩 먹고 잇몸 관리를 시작했다. 양치질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정성을 들여 양치질을 한다. 예전에는 3분 이상 양치질 하라는 말에 어떻게 그렇게 길게 양치질을 하나 했었다. 제대로 양치질을 하다 보니 3분이 짧다. 양치 전에는 반드시 치간칫솔이나 치실을 한다. 얼마나 양치질을 정성스럽게 했는지 정말 관리를 잘했다고 의사의 칭찬까지 들었다!
예전보다 피가 나는 일은 확실히 줄었지만 그래도 가끔 잇몸이 붓고 피가 났다. 횟수는 줄었지만 심해지면 겉으로 봐도 얼굴형이 달라질 정도로 잇몸이 붓기도 하는 일도 여전했다. 잇몸이 붓고 아프면 음식을 먹기도 힘들어진다. 임플란트를 하는 분들이 왜 못 먹고 살이 빠진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조금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했다. 잇몸 건강을 지키는 일이 곧 내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확실하게 알았으니까.
1년 전부터 가글에 공을 많이 들인다. 아침에 일어나면 진한 소금물로 가글을 한다. 자주 맑은 물로 입안을 헹구는 노력도 하고. 코코넛 오일이 염증에 좋다고 해서 코코넛 오일 풀링을 하고 있다. 매일은 아니고 일주일에
2~3회 정도. 입안에 물고 있는 시간이 조금 길어야 하기 때문에 샤워를 할 때 코코넛 오일을 한 스푼 입에 넣고 한다. 머리까지 말리면 충분히 시간을 들일 수 있다. 얼마 전부터는 오레가노 오일 한 방울을 코코넛 오일과 함께 오일 풀링을 한다. 오레가노 오일이 항염증 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추천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자일리톨 가글도 되도록이면 매일 하려고 한다. 자기 전에 자일리톨 가글을 하면 입안에 유익균이 생겨서 잇몸병을 일으키는 균을 잡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자기 전에 자일리톨을 한 스푼 물고 충분히 가글을 하고 잔다. 아침에 일어나면 안 하고 자는 날보다 입안이 덜 텁텁한 것을 보면 효과가 있기는 한가 보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가글액은 입안을 마르게 해서 쓸 수도 없다. 점막이 너무 얇아서 그런 것 같다는데 내가 감당을 못하니 그것도 아웃이라.. 어쩔 수 없이 가장 자연친화적인 방법만 택하고 있다. 물론 비타민C나 다른 영양제도 잘 챙겨 먹고 있다.
내가 식사 후에 구강 관리를 하는 것을 보는 사람들은 별나다고 한 마디씩 한다. 관리하지 않고 고통을 당하느니 귀찮아도 관리를 하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간절함을 비웃을 때는 가끔 속이 상하기도 한다.
매번 이상한 사람이 되지만 내가 살려면 어쩔 수가 없다.
이런저런 노력 끝에 잇몸병에서 해방된 날이 온 것 같다. 뭐 아직도 조금만 방심하면 피가 나지만..
그래도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는 더 이상 피도 나지 않고, 잇몸이 붓지도 않고 있다. 이미 풍치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 뜨거운 것, 찬 것은 못 먹지만 이만큼만 해도 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