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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명 피고인, 63가지 혐의

지난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의 첫 번째 재판입니다.

by 코트워치 Mar 21. 2025

제가 어제 다녀온 재판의 피고인은 14명입니다.


취재해 온 재판 중에 가장 피고인이 많습니다.


이렇게 피고인이 많으면 사건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각각의 얼굴과 이름(때로 변호인까지), 각각의 혐의와 혐의에 대한 입장 등을 머릿속에 넣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피고인이 63명인 재판에 가게 됐습니다.


지난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¹ 사태의 첫 번째 재판입니다. 63명² 중 62명이 구속된 상태로, 현재 다섯 조로 나뉘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많아, 자리를 정하는 것부터 난관입니다.


재판이 열리는 법정은 서울서부지법에서 가장 큰 편에 속하는데요, 방청석까지 피고인과 변호인의 자리가 됐습니다. 같은 변호사가 여러 사람을 맡은 경우도 많아서 자리 재배치가 필요했고요.


일부 남은 자리는 가족들 몫입니다.


출입기자 자리는 네 자리로 제한됐습니다. 나머지 기자들, 미리 신청한 일반 방청객들(코트워치는 이쪽입니다)은 다른 법정에서 영상으로 재판을 봅니다.



(공간 한계가 있으니 '이원화'는 어쩔 수 없지만, 중계 화면이나 소리 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머릿속에 넣기에 어려움이 크네요)


이들 대다수가 받는 혐의는 특수 건조물 침입입니다.


'건조물'은 법원 같은 건물을 의미합니다. 주거 침입죄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집이 아닌 건물에도 관리하는 사람의 의사에 반해 들어가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들의 첫 재판에서 검사는


"본관 건물 뒤쪽까지 진입하였다는 것입니다."


"1층 출입구 앞까지 진입하였다는 것입니다."


"1층 로비까지 진입하였다는 것입니다."


"2층까지 진입하였다는 것입니다."


"4층까지 진입하였다는 것입니다."


"7층까지 진입하였다는 것입니다."


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재판장은 지난 19일 "오늘 피고인들은 다 특수 건조물 침입인데, 건물 어디까지 갔는지가 다르기 때문에 (그걸) 들으면 된다"고 먼저 짚어주기도 했습니다.


일부 피고인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그렇지 않은 피고인들은 주로 '특수'라는 부분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특수 건조물 침입은 일반 건조물 침입과 다릅니다.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였다면 특수 건조물 침입에 해당합니다. 형량도 더 높아지고요.


법원에 들어간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이미 후문이 열려 있었고(또는 시위대와 따로 들어갔고), 따라서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는 앞으로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경찰관들을 밀고 폭행하거나(특수공무집행방해), 유리창과 외벽 등을 깨거나(특수공용물건손상), 판사실이 있는 7층을 수색한(건조물·방실수색) 혐의 등을 추가로 받는 피고인들이 있습니다.


피고인 63명의 재판 말고도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과 관련된 재판들이 따로따로 하나씩 시작되고 있는데요. 그날 새벽 각 개인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고, 전체 상황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¹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월 19일 새벽 2시 50분경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법원 앞에서 '구속 반대' 집회 중이던 사람들 중 일부가 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법원 후문을 열고, 법원 건물의 유리창을 깨고, 출입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판사실이 있는 7층에서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² 63명 중 13명은 영장 발부 이전에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법원을 떠나는 공수처 차량을 막고 파손한 혐의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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