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나를 외면하는 편이 더 쉬웠다.
어릴 적 나는 감정이 많은 아이였다.
사물이나 동물, 소중한 친구들과 정이 들면 헤어지는 일에도 하루 종일 눈물을 쏟곤 했다.
상처에 담담하지 못해 오래 마음에 담아두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쉽게 무너지고 깊이 흔들리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나는 모든 관계와 일에 마음 깊이 다가갔고, 소중하다고 여긴 것들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아이였다. 일찍부터 친해진 피아노에 마음을 실어 음을 연주하기도 했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내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시와 노래 가사, 일기를 쓰며 나를 돌아보곤 했다.
그렇게, 감정이 깊은 아이는, 어쩌다 보니 상담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갈수록 나는 여린 나를 숨기기 시작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보다, 단단해 보이는 법을 먼저 익혔다.
솔직히 삶의 방향이 흔들릴 때면 얼마나 휘청였는지 모른다.
가면을 쓰는 연습은 생각보다 빨리 익숙해졌고, 그 속에서 나는 점점 나를 감추었다.
취업, 생존, 편견과 같은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늘 걱정이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받기 전에 먼저 거리를 두었고, 사실은 따뜻한 말을 할 수 있으면서도 말이다.
「내가 정말 그러려고 상담학을 전공했을까?」
어른이라는 가면을 쓴 채 살아가던 어느 날, 참을 수 없게 슬픈 하루가 찾아왔다.
그 순간, 상담이라는 세계를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그것을 언어로 마음을 배우고 싶어 했고 감정을 이해하고 싶었는데, 정작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우면서도, 나 자신의 가장 여린 부분은 외면하는 법을 먼저 익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애써 외면했던 가장 여린 나 자신을 보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감정과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글을 쓰려한다.
상담사로서, 동시에 감정 많은 사람으로서. 나의 이야기와 나를 숨 쉬게 해 준 경험들, 그리고 상담이라는 언어를 빌려 울림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그때의 맑고 감정 깊은 그때의 나를 다시 돌아보려 한다.
그 자리에 모여 이 글을 읽는 이들의 지침과 어려움을 함께 이해하고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 이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나는 매일 나를 외면하는 편이 더 쉬웠다. 이제는, 쉬운 삶을 멈추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