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화 지금 이 순간, 마음의 전경이 바뀌었다.

게슈탈트 심리학이 말하는 마음의 초점과 일상에서 느낀 지금 여기

by 유다월

바쁜 일상 속, 우리는 늘 ‘해야 할 것’의 목록을 안고 살아간다.

매 순간 무언가를 해내야 하고, 멈춰서는 안 된다는 압박 속에서 잘 해내야 한다 느끼게 되고, 그렇게 마음은 점점 주변의 사소한 행복감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흘러가기가 일쑤다.


나 역시 그런 마음에 사로잡히다 어느 날 모처럼만의 여유가 넘치는 월요일이 생겨 종일 시간이 빈 적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우연한 계기로, 나는 차를 타고 인근 드라이브도 할 겸 남한산성에 오르기로 했다.

근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월요일의 남한산성 행궁은 휴관이었다.

그 아쉬움도 잠시, 느슨하게 퍼지는 햇살과 멀리 펼쳐진 풍경이 내 시야를 채웠고 그 평온함과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는 가벼운 산책을 해보기로 했다.

여유로운 걸음과 마음으로 산길, 나무와 바람을 사이를 걷다 보니 오늘은 전혀 다른 느낌과 마음과, 감각으로 다가왔다. 마치 내가 바라보는 전경이 바뀐 것처럼 말이다.

집중해 있던 시선의 방향과 마음의 초점이 갑자기 달라지자 평소와 너무나도 많게 괜스레 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순간을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에서는 '전경(Figure)과 배경(Ground)의 전환’이라고 설명한다.

게슈탈트는 독일어로 전체, 형태 등의 뜻을 지닌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우리가 사물을 개별적인 조각으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전체로 의미를 구성하려는 마음의 방식을 설명한다.

이때 그 전체를 인식하기 위해 뇌는 자연스럽게 ‘전경’과 ‘배경’을 구분한다.

이 개념을 시각적으로 이해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예로 유명한 건 루빈의 물병(Rubin's Vase)이다.



루빈의 꽃병(Rubin vase, figure–ground vase)


루빈의 물병(Rubin's Vase)은 덴마크 심리학자 에드가 루빈(Edgar Rubin)이 제시한 시각적 착시 그림으로,
게슈탈트 심리학에서 전경(Figure)과 배경(Ground)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그림의 중앙에는 검은색의 꽃병 혹은 컵 형태가 보이고, 양 옆에는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의 흰색 옆모습이 그려져 있다.


관찰자는 어디에 주의를 두느냐에 따라 검은 컵을 전경으로, 흰 얼굴을 배경으로 인식하거나, 그 반대로 인식하기도 한다.

우리의 뇌는 한 번에 하나의 형태만을 전경으로 인식하고, 나머지는 자동적으로 배경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게슈탈트 심리학이 말하는 ‘전체적 지각’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우리는 늘 어떤 것에 집중하는 동시에, 다른 것들은 무의식적으로 배경으로 밀어내며 살아간다.

그리고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주로 전경이라 하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의식적으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 하고, 배경은 그 외에 내 삶의 뒤에서 흐르고 있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감정, 욕구, 생각들을 의미한다.


이렇듯 게슈탈트 심리학이 말하는 진짜 전환은, 익숙한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 ‘지금, 이 자리에서’ 내 마음이 정말로 느끼는 것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그동안 전경이었던 일정, 목표, 일상의 긴장감은 어느새 배경이 되었고, 잊고 지냈던 감정과 감각들이 중심으로 떠올랐다.

몰랐던 감정과 마주하게 되니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마음이 의식 위로 드러났다.


남한산성을 걸으며 보는 풍경, 느끼는 감정들이 전경이 되니, 기존의 것들이 배경으로 바뀌며 자연스러운 전환이 이뤄졌다.




나를 비롯해 우리들은 때론 어떤 것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집중하고, 나머지는 배경으로 밀어둔다.

그 가운데 그동안 잠잠했던 내 안의 ‘어떤 울림’이 있는지, 그것이 대체 언제 깨어나는 것인지도 못 느꼈고 하루를 얼마나 보냈을까.


오늘 내가 느낀 작은 울림을 통해, 이 글을 보는 많은 이들이 잠시 현재의 몰입에서 한 발짝 벗어나, 보이지 않던 배경 속 감정과 생각에 가만히 말을 걸어보길 바라며.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Here and now)'

우리가 정말로 바라보아야 할 것은

삶의 소음 너머에서 조용히 고개를 든, 내 안의 진짜 감정일지도 모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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