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지금은 일주일째 매일 글을 쓰고 있다. 바쁘게 그림을 그려도 모자란 시간에 왜 아무도 시키지 않는 내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한 달이 넘게 외주 작업 문의가 없다. 일이 없으면 백수가 되는 나는 이 여유가 좋으면서도 불안하다. 일이 없을 때는 일을 받기 위한 개인 작업을 하는데, 연말이라 그런지 마음이 조급해서인지 그림 그리는 게 쉽지 않다. 생각이 엉뚱한 데 있고, 머릿속에 고민들이 엉켜 있을 때는 신선한 아이디어도, 산뜻한 메시지도 담을 수 없다. 그렇게 그려낸 그림들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일도 없는데 내 이야기를 써 보자!
불안정한 상황 속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선 게 바로 글쓰기다. 그림 문의가 없을수록 더 그릴 생각만 했지, 글을 쓰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줄 몰랐다.
하지만 나만 몰랐을 뿐 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최근에 읽은 책도 그렇고, 여기 브런치에도 수많은 작가들이 있다. 나도 글을 열심히 쓰던 때가 있었는데. 잠잠하던 글쓰기 의욕이 다시 샘솟고 있는 요즘이다.
만약 일이 많았다면 글을 쓰지 못했을 거다. 마감 시간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있었겠지. 어쩌면 절호의 기회일까? 새로운 일을 벌이기 딱 좋은 한가로움이다.
그동안 SNS에는 올리지 않았던 말들. 그림마다 숨어 있던 나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과감 없이 써 내려가려 한다. 내 이야기가 그림과 잘 어우러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