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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순 Dec 30. 2023

그림만으로 먹고살 순 없을까?

그림으로 할 수 있는 것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며 야심 찬 다짐을 한 게 벌써 2년 전이다.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돈을 못 벌어도 좋고,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좋았다. 부족한 수입은 아르바이트로 충당했다. 시간이 지나면 그림 일이 점점 늘어나고 아르바이트를 점차 줄여나가는 게 나의 야심 찬 계획이었다.

그리고 2023년 올해를 하루 남겨둔 지금. 그림으로 어떻게 먹고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2년 차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많은 작업들과 새로운 일들을 경험했지만, 그림 그리는 게 직업이 된 이상 먹고사는 고민을 빼놓을 수는 없다. 생계의 문제기에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고 있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모든 일들을 어떻게든 그림과 연결시키는 것. 지금 내 목표는 그렇다. 


이 글을 쓰며 1년간의 가계부를 훑어봤다. 역시 내 주 수입원은 외주 작업이다. 처음 목표는 동화책이나 어린이 일러스트였지만, 요즘은 딱히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그게 어디든 완성도 있게 작업한 그림이 다음 작업을 불러오고 수입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내놓는다. 일을 계속 받기 위해서는 홍보가 필수다. 실제로 그림을 하나 완성하면 여러 SNS나 블로그에 동시에 업로드한다. 그 누가 됐든 내 그림 좀 봐주십사 하는 마음이다. 


외주 작업만으로 수입이 안정된다면 얼마나 좋겠지만, 의뢰가 없으면 수입이 뚝 끊긴다. 홍보를 열심히 하고 그림을 그려도 일이 없을 때는 정말 없고, 몰려올 때는 과분할 정도다. 그런 들쑥날쑥한 생활만으로는 평정심을 찾기 어려웠다. 이때부터 나는 아르바이트가 아닌 그림으로 얻을 수 있는 추가 수입에 대해 찾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수입원 중 하나로 떠오른 게 바로 드로잉 클래스. 아이패드 드로잉을 유튜브로 배운 나는 누구보다 초보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패드 드로잉 클래스에 대해 알아보았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클래스 두 가지를 준비했다.  




     





아이패드 드로잉-온라인 클래스 

요즘은 초보자들도 쉽게 그림을 배울 수 있는 세상이다. 나는 그림 초보자는 아니지만 아이패드 드로잉은 유튜브를 보며 혼자 익혔다. 이때 내가 겪었던 어려움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초보자들도 강의만으로 따라 할 수 있는 쉬운 강의를 만들고 싶었다. 

먼저 온라인 클래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 강의를 입점할 플랫폼을 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다. 운 좋게 한 곳에서 강의 입점이 승인된 상태였는데 입점 사이트가 갑작스레 운영이 종료된다는 것이다. 결국 다른 사이트로 준비를 시작하며 계획을 처음부터 변경해야 했다.   


순탄치 않았던 시작이었지만 강의 준비는 계속되었다. 클래스 주제와 커리큘럼, 스크립트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만들었다. 강의 제목을 정하는 것도 중요했는데 대상과 주제를 잘 드러내는 [초보자를 위한 손그림처럼 포근한 아이패드 드로잉]으로 정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영상 촬영. 작업 과정을 외울 때까지 연습하고 녹화에 들어갔다. 촬영은 스마트폰, 촬영용 거치대, 만원 주고 구매한 유선 마이크로 이루어졌다.


두 달간 17개의 영상을 찍었다. 카메라를 신경 쓰며 그림을 그리고 촬영을 하고 또 후녹음을 했다. 이 과정이 너무나 힘들어 마음고생을 꽤나 했다. 모든 걸 혼자서 하려다 보니 몸도 지치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러나 오픈 날짜는 정해졌기에 나를 달래 가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이제 남은 건 대망의 영상 편집. 사실 강의 만들 때 가장 걱정이었던 게 편집이었다. 영상 편집을 해본 적 없었기에 배워야만 했다. 이때 유튜브가 큰 힘이 돼주었다. 영상 촬영을 하면서 영상 편집 강의를 틈틈이 공부했고, 모르는 건 검색해 가며 편집을 진행했다. 깨끗한 음질을 위해 후녹음한 파일과 자막을 다는 과정을 계속 반복했다.


그렇게 마지막 강의까지 편집을 끝내고 완성한 나의 첫 번째 온라인 클래스.

강의를 올린 지 1년이 지났지만, 생각보다 수입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완성을 한 건지 참 놀랍다. 내가 기대했던 안정적인 수입은 나오지 않았지만, 잊을만하면 입금이 되어 소소한 기쁨을 주는 고마운 존재다. 나의 첫 번째 클래스는 클래스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이패드 드로잉-오프라인 클래스

온라인 클래스를 만들고 나서 그림 수업에 자신감이 생겼다. 내 강의를 보고 따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개개인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고 싶었다. 수업 홍보는 블로그나 숨고를 이용했다. 여기에 하나 더 추천하자면 지역마다 청년들을 위한 기획들을 활용해 보는 거다. 청년센터나 문화센터 등 배우고 싶거나 관심 있는 분야를 이것저것 참여해 보길 추천한다. 나는 청년 강사 만들기라는 수업에 참여했고, 각자 자신 있는 분야에 수업을 만들어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때 만든 강의 커리큘럼으로 온라인 클래스에 도전해 볼 수 있었고,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해 보기도 했다. 역시 다양한 기회는 집 밖에 있었다.


오프라인 클래스는 지정 장소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랬다면 더 많은 수업을 진행했을 것이다. 몇 차례 수업을 해보니 나에게 맞는 수업 방식을 알게 되었다. 나는 수십 명의 수강생 앞에서 발표하듯 강의하는 것보다 카페에서 대화하듯이 진행하는 3-4명의 수업이 잘 맞았다. 수강 인원이 적당해서 개개인마다 그림 봐주기에도 용이하고 서로의 그림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스톡 이미지 판매

최근에는 스톡 이미지 사이트에 예전 작업물 몇 개를 업로드해 놨다. 잠들어있는 그림들로 수익을 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어 지켜보는 중이다. 이미지스톡 사이트는 게티이미지코리아, 크라우드픽, 유토이미지 등 다양하다. 꾸준한 수입으로 연결하기에는 좀 더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림 굿즈 판매, 인스타툰, 이모티콘 등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루트는 무궁무진하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꾸준히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내 그림을 최대한 많은 곳에 노출시키자. 언젠가 그림으로 먹고사는 날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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