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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순 Mar 02. 2024

친구의 존재

내편의 소중함


나에게는 오래된 단짝이 있다. 고등학교 3년을 함께했고, 지금까지 고민을 함께 나누는 친구.

한동안 연락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다.

얼마 전 힘든 일을 겪었을 때 나는 속으로 끙끙 앓았다. 친한 친구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말. 나는 아무 일도 없는 척. 순간순간 올라오는 감정들을 겨우 버텨내는 중이었다. 자존감도 바닥이라 스스로의 가치조차 희미해졌을 때였다.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는 자리.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에게 문득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었다.

“네가 봤을 때는 내가 좋은 사람이야?”

답을 듣기 위한 질문은 아니었다. 그냥 너무 답답해서. 참고 참다가 튀어나온 말이었다. 분명 내 잘못이 아닌데, 스스로를 자책하고 의심하던 때였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친구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좋은 사람이지. 난 별로인 애랑은 친구 안 하잖아.”

이상했다. 친구의 무심한 대답이 마음을 조금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래. 나는 좋은 사람이야. 내 잘못도 아닌 일에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할 이유가 있을까?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보증을 해 준 느낌이었다. 괜찮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 말이 어떤 위로보다 힘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 그런 존재인 거다. 한 사람이 넘어져 있으면 툭툭 일으켜 세워주고 다시 함께 걸어간다. 같이 발을 내딛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하고 싶은 것도, 그리고 싶은 것도 사라졌던 그런 시기. 친구의 말에 힘을 얻고 다시 일어나 본다.

다시 펜을 들었다. 끝없는 걱정보다는 부지런한 선 하나가 더 선명한 해답을 주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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