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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순 Feb 03. 2024

커피를 배우며

커피는 그림과 잘 어울린다




요즘 일주일에 두번씩 커피를 배우고 있다. 학원에서 바리스타 2급 과정을 듣고 있는데, 3시간 동안 커피 내리는 연습을 한다. 늘 비슷하던 내 일상에 향긋한 커피향이 베고 있다. 커피를 배우기로 결심한 건 카페에서 일하고 싶은 로망이었다.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해봤지만, 카페 아르바이트는 제대로 해본적이 없다. 카페는 경력이 없으면 뽑아주질 않으니 바리스타 자격증과 함께 어느정도 커피를 만들 줄 압니다 라고 어필해보려는 것이다.


바리스타 수업을 듣는 수강생은 대부분 40-50대 어머님들이다. 30대인 내가 막내가 됐다. 가장 연장자인 70대의 어머님은 수업을 듣기 위해 2시간 거리를 통학하신단다. 열정적인 수강생들과 수업을 듣고 있으니 막내인 나도 덩달아 열심히 하게 된다. 처음에는 한가롭게 커피를 배울 때가 맞나, 돈을 벌기 위해 그림을 한장이라도 더 그려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조급한 마음이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끼는 요즘이다.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이 곳에 모이기까지 수강생 모두 저마다 사연이 있었다. 자기소개 시간에서 어떤 수강생은 학원 문을 열기 전까지 망설였다고 했다.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이 수업을 들어서 괜히 방해만 되는 건 아닐까 고민했다면서 말이다. 또 배우고 싶은데 혼자 듣기는 어색해 친구와 나란히 오신 분, 노년에 카페를 차리고 싶어 고민 끝에 오셨다는 분등 나이도 환경도 고민도 다른 이들이 오직 커피를 배우기 위해서 모인 것이다.

배움이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위한 준비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오롯이 본인을 위한 시간일 수도 있다. 또 누군가에겐 커피가 남은 인생의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 배움에는 나이도 없고, 늦은 때도 없다. 적어도 우리 반에서는 말이다. 커피가 각자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예전에는 기분에 따라 그날의 커피를 고르곤 했다. 비가 오거나 날이 쌀쌀할때는 따뜻한 라떼, 기분이 울적해 단게 마구 땡길 때는 휘핑 올라간 카페 모카, 늦은 밤 작업할 때는 연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그러던 내가 어느새 커피를 졸음을 쫓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해 왔었다. 늦게까지 그림을 그릴 때는 얼음을 잔뜩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연달아 마셨고, 차갑고 씁쓸한 맛에 힘을 빌려 작업을 이어나갔다.


커피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다시 커피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 커피에 대해 배우는 동안이라도 산미있는 커피, 고소한 커피 가리지 않고 마셔볼 생각이다. 원두향을 맡고 커피 자체의 맛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말이다.

진하고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그림을 그릴 생각하니 벌써부터 행복하다. 나와 오래도록 함께할 즐거움이 그림말고 또 하나 늘어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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