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 가져다준 일상의 소중함
한 달 동안 이어오던 일을 끝마치고 오랜만에 낮 산책을 나섰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나선 산책길. 늘 지나는 길이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걸으니 산뜻한 기분이 들었다. 노래에 빠져 흥얼거리며 길을 걷는데 저 앞에 하얗고 작은 들꽃이 보였다. 얼마나 작은지 얼핏 보면 꽃인지 모르고 지나칠 정도였다. 가까이 다가가 꽃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화려하고 예쁜 꽃을 봐도 꽃이구나 하며 넘어갔는데, 그 연약하고 조그만 들꽃이 참 사랑스러워 보였다. 다음에 오면 찾기 힘들 것 같아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귀여운 꽃을 담고 싶어 화면을 확대해 가며 열심히 찍고 있는데 꽃만 보면 사진을 찍고 보는 엄마가 생각나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왕 멈춰 선 걸음, 산책은 뒤로하고 벤치에 앉았다. 점심때가 막 지난 시간. 주위를 둘러보니 삼삼오오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커피를 마시며 산책하는 친구들. 귀여운 강아지와 뛰어가는 소녀. 사이좋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까지. 음악 사이로 사람들의 기분 좋은 말소리가 들어왔다.
지금 나오는 노래 때문일까. 아니면 따뜻한 햇살 때문일까. 작은 들꽃을 찾은 나도, 사람들도 행복해 보였다.
오늘 들꽃을 발견한 것도 홀가분한 기분과 여유로워진 내 마음 때문 아니었을까? 평소라면 지나칠만한 것들도 마음속에 사랑이 충만하니 좋아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 이럴 때 행복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
이렇게 길 어디서라도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