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전히 하고재비
1월을 마지막으로 수영과 드럼강습이 끝났다. 2월부터는 새롭게 출근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강습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 수영도, 드럼도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끝까지 배우고 싶었지만 현실과 이상은 늘 같지는 않았다.
어릴 적 수영을 배웠기에 초급반에서는 제일 앞자리, 일명 1번 자리에서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몸을 허우적댔다. 하지만 중급반으로 승급한 후에는 점점 뒷자리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체력이 문제인지 하체 힘의 문제인지 발차기는 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속력이 느려서 뒷사람을 먼저 보내드릴 수밖에 없었다. 자세는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스스로 위안했지만 뒷자리로 갈수록 교정반 승급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교정반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수영강습이 끝이 났다. 경쟁률이 엄청나서 알람까지 맞춰두고 어렵게 등록한 수영강습을 아쉬움만 남기고 그만두게 되었다. 또 수영장을 찾고 자유수영도 하고, 어디서든 물놀이는 하겠지만 1년의 강습으로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 한 아쉬움이 크다.
거기다 드럼까지 그만두게 되니 아쉬움은 두 배세배로 커진다. 이제 겨우 여러 가지 주법을 배우고 다양한 리듬으로 연주하기 시작한 햇병아리 드러머인데 지금 그만두면 배운 것도 잊어버릴까 봐 걱정이다. 출근해서 일에 적응하고 나면 주말반이라도 다시 등록해서 더 배우거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마지막으로 연주한 곡은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였는데 처음 접하는 주법이 많아서 연습하는 내내 애를 먹었다. 마지막 수업이 약속되어 있어 그 사이 끝까지 곡을 마무리 못 한 것이 아쉽고, 마지막 연주영상도 긴장한 것이 온몸에서 드러나 부끄러울 지경이다.
무엇이든 마지막은 아쉽다. 제대로 끝마치지 못 한 마지막은 더욱더 아쉽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하고재비이다. 언젠가는 그 아쉬움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