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네랑 Mar 03. 2024

Way Maker-7. 리더의 중요성

SEN TA 그 첫 학교

2020년 1월


첫 정식 업무


Camberly에 있는 *학년 별로 반이 2개씩 있는 Junior School이었다. 


처음 맡은 반은 Year 3 (3학년/만 6~7세)였고, General TA역할로 말 그대로 보조교사 역할이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영어가 모국어인 3학년 아이들을 내가 도울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주로 어린이집, 유치원 혹은 1학년 위주로만 경험한 나에게 3학년은 고학년에 속했기 떄문에 첫 경험의 설레임과 두려움이 있다.


50대 중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분께서 담임이셨는데 카리스마 있게 아이들을 통솔하는  베테랑셨다. 덕분에 나는 말 그대로 선생님이 요청하는 일만 잘 support 하면 되었고, 어리숙한 초보 TA로써 아주 바람직한 첫 job이었다.


담임 선생님께서 learning support가 필요한 친구들이 누구인지 알려주셨고 뒤에서 지켜보다가 learning support 가 필요할 때 투입돼서 도와주거나 선생님의 자잘한 심부름을 도와주는 정도이면 되었다. 


물론 어려움은 있었다.


질문하고 대답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교육 현장이다 보니 수시로 손을 들고 던지는 아이들의 질문 폭격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였다. 긴장하면 긴장할수록 마치 리스닝 테스트를 보는 것처럼 초집중을 하는데도 귓구멍이 막힌 것 마냥 무슨 말인지 당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혼잣말] 언제부터였을까 시간이 지나...  못 알아듣는 것은 못 알아 듣는대로 "Excuse me? Can you say it again, please?" 하고 물어보는 것이 부끄럽거나 더 이상 들킬까 걱정되지 않는 순간이 왔을 때.., 그게 그저 신기할 다름이었다. 물론 여전히 나의 영어발음은 구리지만, 그 또한 크게 개의치 않게 되었다.  어차피 다국적 나라인 영국에서 한국 백그라운드의 아시아인이 악센트가 있는 것이 크게 이상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잘하는 것이 너무 중요한 우리만의 문화가 만든 강박일지도 모른다.


그뿐 아니었다. 한글로는 아주 쉬운 수학/과학 용어를 영어로 몰라서 대답을 얼버무리거나 영어 단어 스펠링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많아 다음날 수업내용을 미리 물어보고 용어들을 외우거나 적어서 준비를 했어야 했다. 


학교에 보조교사로 일을 하러 왔는데,  '나 영어 못해요...ㅍ.ㅍ' 할 순 없는 노릇이니.. 

미리 준비를 하거나 안 들려도 못 알아듣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썼었다.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했다. 

'비록 나의 영어는 서툴지만 나의 상대는 어린아이들이다 한국의 아이들처럼 다가가자...'라는 마음으로 긴장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혼잣말] 나름의 노하우로.. 모를때 바로 답해주려다 틀리기 보단, 'Can you wait, please? I will check for you. ' 하고 알아본 후에 제대로 알려주는게 아이에게 신뢰을 주는 방법이다. 아이들은  그 순간에 선생님이 몰랐다는 것보다, 선생님이 결국엔 알아보시고 알려주셨다에 더 초점을 맞추고 기억하기 때문에 신뢰감이 올라가고 다음에 또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Short term to long term.


보통 에이전시 통해서 일이 들어올 때는 데일리로 랜덤 하게 여러 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다행히 나를 좋게 보신 선생님 덕에 하루 계약이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되더니 2주가 되면서 점점 늘어났다.

첫 학교에서 일했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2주쯤 되었을 때,  3학년 반에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아이의 1-2-1을 요청하셨다. 그 아이는 다리뿐 아니라 지적장애도 있어 말이 어눌했다.


안 그래도 안들리는 영어가 더 안들렸고 아이와 커뮤니케이션이 잘되지 않아서 아이도 불편해했다. 결국 피드백이 들어갔는지 그 아이의 support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나에게 직접적인 이유를 얘기해 준 사람은 없었으나 눈치가 그랬다.


상관없었다.


나는 Agency 소속의  contract이었고, 이 말은 한마디로 '을'의 입장이라는 것. 그러므로 '갑'인 학교에서는 원하는 포지션에 나를 둘 자격이 있었으므로 합당한 요청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갑'이란 이유로 rude 하지도 않았고 예의 있고 매너 있게 요청하였기에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이런 일은 비단 에이전시이기 때문만은 아니고 학교 소속으로 일을 하더라도 1-2-1에 적합하지 않으면 역할이 교체되는 일은 왕왕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학교는 일하는 사람의 감정보다 아이들이 제대로 서포트받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 포인트에 집중하여 인력을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나는 일용직의 계념이므로 언제든지 원치 않으면 에이전시를 통해 다음날 부르지 않으면 될 일이었는데 감사하게도 그들은 계속해서 나를 불러주었고 다른 포지션의 일들을 주었다. Year 4에서 General TA를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일당으로 주급을 받던 시절이었기에 하루하루 일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었다.


리더가 중요한 이유


Year4를 갔다. 

4학년은 또 처음이라... 또 설레고 또 두려웠다. 


그곳은 같은 학교이지만 Year3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General TA (보조교사)는 없었고 Autism 진단을 받은 아이가 한 명 있어서 그 아이를 위한  1-2-1 보조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PE ( 체육 ) 선생님이 담임이었는데 담임으로 처음 맡은 반이었고, 자기는 담임을 맡고 싶지 않으셨다고 했다. 남자 체육선생님들은 보통 단호하면서도 의연한 면이 있어서 남자애들이 잘 따르는 편인데 이 분의 첫인상은 뭐랄까.. 아이들에게 권위를 잃고 길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었다. 영국 선생님 답지 않게 Shouting 이 잦았고 아이들에게 애정이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에는 꽤나 폭력적인 성향을 갖은 두 아이가 있었고 수업도중에도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곤 했는데 그 아이들을 통제하려다 보니 같이 목소리가 커지는 듯 했다. 전체적으로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통솔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보이셨다.


담임선생님은 이번 term만 끝나면 그만둘 거란 얘기를 입에 달고 사실 정도로 이미 마음이 떠나 있었고, 통솔력도 많이 잃은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내가 선을 넘어 선생님노릇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의 방치는 아이들에게 뿐아이라 나에게도 큰 영향을 미첬다. 


속으론 'None of my business. 이기적으로 생각해야지',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면돼!' 라며 다짐, 또 다짐 하지만 책임감과 오지랖이 넓은 나는 아이들을 케어하지 않는 선생님과 케어받지 못하는 그 아이들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그 책임자 혹은 해결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느끼는 pressure가 다르고 신경 쓰는 정도가 달라지는데 그런 경우이지 않았을까? 책임자가 혹은 리더가 리더역할을 하지 못(안)할때 그 멤버 구성원은 혼란에 빠진다. 


 통솔력  좋은 Year3 선생님 옆에서의 나는, 몸이 바쁠지언정 마음은 여유 있었고 정해진 그룹의 learning support만 신경쓰면 되었기에 선택과 집중으로 일이 정돈된 느낌이었는데..

이미 마음이 떠난 Year4 선생님 옆에서의 나는, 필요 이상의 책임감으로 마음이 답답했고, 아이들이 Sensible하지 못한 행동들에 불안해 했다. 책임자는 될 수 없는데 마치 책임자인 양 감정동요가 심했었다. 


처음에는 최대한 부드럽게 아이들에게 다가가거나 마음을 읽어주려 노력했지만, 행동 교정이 필요한 아이들, 소위말해 버릇없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 눈에 여러모로 어설픈 동양 아줌마를 위한 respect을 기대하기란 무리였다. 최대한 감정 동요 없이 도와주려 노력은 하였지만 아이들의 rude 함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되기도 했다. 


상황마다 Health & Safety 및 Behave management policy를 기억해가며 현명하고 침착하게 서포트 하는 고급스킬이 경험이 부족한 나에겐 없었다. 하루하루 스트레스만 쌓여갔고, 아이들을 대함에 있어 감정이 먼저 앞섰던 날은 집에 와서 자격부족에 대한 자괴감에 괴롭기만 했다.


언제나처럼 경험부족


돌이켜보면...

언제나처럼 경험부족이 이유이다. 


선생님이 내 기준에 어떤 면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좀 더 믿고 내 역할 내에서 묵묵히 내가 할 일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나 조차 선생님에 대한 respect이 부족했고, 평범치 않은 상황들에 대한 대처 능력과 의연함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 

'학교에서의 일이 단지 보람만 느끼는 일은 아니구나..사명감이 꼭 필요한 직업이구나 '를 새삼 깨닫으며 정신노동의 어려움과 일에 대한 나의 마음 가짐을 다 잡을 때즈음.


유럽 내 코로나 전염병이 무섭게 돌기 시작했고..


2020년 3월.

영국 전역의 학교들이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다.



*학년별로 반이 2개씩 있는... : 영국에서 초등학교는 보통 학년당 한 개 반 혹은 두 개 반으로 이루어진다. 한 개 반엔 Max 30명 남짓이 원칙이지만 학교 재량으로 초과될 때도 있지만 공식적 ratio per adult는 15명으로 30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을 때는 2명의 어른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해당 반에 1-2-1을 맡은 어른이 추가로 있다면 학교 재량껏 30명을 넘기기도 한다.  


*Junior school: 영국의 초등학교는 Primary School이라 하는데 종종 Primary school을 둘로 나눠 Infant school과 Junior School로 나누어 운영하는 곳들이 있다. 

- Infant school은 Nursery  어린이집 혹은 Reception유치원부터 Year2 2학년까지를 일컫고 Key stage1이라 한다. 한국식 표현으로 저학년에 속한다. 

-Junior school은 Year3 (3학년)부터 Year6 (6학년)까지 로 Key stage 2에 속하며 고학년을 일컫는다. 

-Senior School 이라 하면 Secondary school (중고등학교)를 보통 명칭하고 Key stage 3에 속한다. 

이전 08화 Way Maker-6.명예퇴직이 이끈 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