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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네랑 Feb 25. 2024

Way Maker-6.명예퇴직이 이끈 길

프리랜서 TA

2019 9 


마가 사람잡네.


아이들 학교는 신생학교로 건물도 깨끗하고 집에서 5분 거리로 출퇴근도 쉬웠다. 직원이기 전에 학부모였기에 학교 staff들과드 이미 안면이 있었고, 학부모로써 유급 봉사하는 느낌으로 주급이 작아도 크게 여의치 않았다. 나에겐 실현 가능한 꿀잡이었다.


Renee is a hard worker.  You are so good!

동료들에게 인정받으며 존중받으며, 또 존중하며 일하는 업무 환경에 감사했다.


전 직장에서 배운 social skill로 무난하고 꽤 괜찮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동료들과의 사이도 좋았고 가끔 Lady night을 하며 사회생활이란 것도 하면서 뭔가 나도 영국에 살고 있구나.. 싶었다.


그러나 나의 꿀을 그리 오래 달진 않았다.


학교에서 Lunch timer controler로 일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교장선생님이(Head Teacher) 바뀌고 재정 악화로 *명예퇴직이(redundancy) 진행되었고 1순위로 Lunch controler들이 먼저 후보에 올랐는데 그 중에 나도 포함되었다.


모두들 나에게 너는 걱정 없을 거라 했다. 너를 자르는 건 멍청한 행동이라며 나를 추켜세워주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You never know. ' 어설픈 겸손을 떨었지만 사실 속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결정을 한다 했지만 그때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긴장하지 않으려는 노력이기도 했지만 인터뷰는 그냥 형식일 뿐이라고 여겼고 교장선생님도 누가 열심히 일하는지 알겠거니 생각하며 정말 편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그런데 웬걸...

명예퇴직 리스트에 내 이름이 들어갔다.


멘붕이 왔다.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정말 열심히 일했기에 억울하기까지 했다.


내 영어가 부족해서 일까?

일한 경험이 짧아서일까?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교장선생님께 물어봤다.  결정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 분이 말씀하시길,

교장선생님 입장에서는 모든 이들이 성실한 사람들이었고 그녀는 단지 인터뷰로만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런데 인터뷰 동안, 나보다 다른 이들이 더 이 일의 열정과 간절함을 보였다고 했다.


이런...


자만으로 똘똘 뭉친 나의 뒷통수를 누가 세게 빡!! 하고 친 느낌이었다. 나는 아닐거야. 라는 자만에 인터뷰를 너무 설렁설렁 본것이다.


간절해 보여서 뽑혔던 직업 간절함이 없어 보여서 해고된 이 아이러니한 상황.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누구나 다 아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것..'


그렇다. 나는 겸손하지 못했고 준비되어있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기회를  놓친 것이다.


쉼을 통해 길을 정하다


해고된 덕분의 3개월의 쉼이 생겼다.

마침 2년간 주재원이 된 남편과 함께 한국에서 온 동생이 있었는데 그녀는 천상계 social skill로 영국의 외로운 언니들을 집밖으로 꺼내주었다.

천상계의 소셜 스킬을 보유한 확신의 E인 그녀


그 동생 덕에 쇼핑도 다니고 카페 나들이도 다니며 콧바람을 쐴 기회들이 종종 생겼다.

그녀도  같은 또래의 두 아들들을 키우고 있어 같이 육아하면서 여행도 다녔더랬다..



생각해 보니 영국으로 이민 온 후 처음으로 가져본 휴식기였다.


항상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미안한 마음에 쉬어도 편하지 않았었는데, 쉴 땐 제대로 쉬는 게 맞나 보다.


그 쉼덕에 과거를 뒤돌아 보고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여유가 생겼다.




‘그래! 이렇게 이끌어 주신데에도 이유가 있겠지... TA(보조교사) 일을 한번 해보자!!’


학교 일이 보람되기도 했고 아이들 키우면서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한 일이었기에 이 일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작정 구직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TA관련 새로운 CV (이력서)와 Resume (자기소개서)를 쓰고  집 주변 학교들에 어플라이를 해보았다.


답이 올리가 없었다. 이미 학교 소속으로 교육을 받다가 자연스럽게 해당 학교에 자리가 나서 TA로 자리 잡는 시나리오는 확률이 높지만, 경력도 미비하고 자격도 없는 사람을 학교의 교육현장에 초대할리 만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친구의 엄마 중에 Agency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엄마가 Agency에서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며 알아보어떻겠냐고 추천을 해주었다.


구직 사이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구직 광고를 보고 에이전시 몇 군데에 어플라이를 해보았는데 그 중 집에서 좀 거리가 있는 곳의 Apollo라는 Agency에서 연락이와서 등록을 하고 인터뷰를 봤다.


Agency는 항상 인력이 필요한 곳이라 인터뷰 문턱은 낮았고, 나의 미비한 경력도 그들에겐 충분한 경력이라 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그들은 나에게 아무런 일도 할당해 주지 않았다. 전화를 해서 물어봤는데 마땅한 job이 없다 했다.


성격급한 나는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순 없었다.


*Agency를 꼭 한 군데만 등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곳들 리뷰를 좀 더 해보고 그 중 집에서 더 가까운 Eteach라는 곳에 등록을 했다. 다행히 그곳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job offer 를 했고 선택하여 일을 고를 수 있었다.


2019년 11월 처음 Agency등록을 하였고 1~3일 등의 short term contract 일들을 하다가 2020년 1월 Camberly 지역의 한 학교에 long term contract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정식으로 Agency 소속이 되었다.

결국 Laura Ashley를 거쳐 학교에서 Lunch Controler가 되고 1년 만에 잘린 것 또한 뜻이 있었나 보다..


그렇게 나는 TA로써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 Agency를 한 군데 이상 등록 할 수는 있지만 세금 문제가 복잡해지므로 괜찮은 곳으로 리뷰 등을 잘 알아본 후  출퇴근 가능한 지역 내에 있는 로컬 Agency로 잘 알아보고 한 우물만 파기를 추천한다.

에이전시도 학교들과 계약을 맺고 회사를 운영하는데 계약맺은 학교가 많아야 job할당 경우 수가 올라간다. 이에 대한 정보는 에인전시 사이트에 명시되어 있으니 자랑스럽게 많은 학교가 등록되어있는 에이전시로 고르길 추천한다.



 에이젼시 소속에서의 일과 진행 형태 장단점등은 추후에 Good to know로 따로 다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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