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네랑 Apr 28. 2024

Way Maker-13. 구식과 전통 사이

Windsor Great Park


2021년 11월


Windsor는 영국 여왕 생전에 별장으로 애용하던 Windsor Castle이 있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꽤 크고 멋있는 PARK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 Windsor Great park이라는 큰 공원이 있다. 11월~12월 겨울에는 공원 안에서  Illuminated ligt trail event가 열리는데 예쁘고 화려한 조명으로 된 1시간 정도의 trail을 걸으며 겨울을 즐기기도 한다.

 곳에 있는 학교에서 TA요청이 들어왔다길래, 그 근처 어딘쯤 있나보다 하며 한참을 찾아해멨는데...

 웬걸,

그 근처가 아닌 그 공원 안에 학교가 위치하고 있었고, 놀랍게도 공원 안에 간간이 개인 소유인지 나라소유인지 모를 집들도 있었다.


Royal이라는 이름부터 굉장히 posh 하고 뭔가 정통적일 것만 같은 이 학교 위치도 Great park 한 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공원 안에는 말을 타고 보초를 서거나 경비를 보는 경찰들이 돌아다니고, 공원을 입장할 때는 카드키가 있어야 하거나 어디에 가는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려야  들여보내 주었다.


뭔가 이름과 어울리는 Entrance였다.


 네비에도 잘 나오지 않는 곳이라 찾는데 무지 애를 먹으며..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학교이길래... '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설마 이런곳에 학교가 있겠어...라는 의심 한가득 품고, 학교를 오매불망 찾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찾은 그 학교는.

Royal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왜 인지~허름하고

~ 가 사이즈도 작고,

내부 시설도 굉장히 오래된 느낌의 그런 건물이었다.


이름만 듣고 뭔가 웅장하고 사립학교 같은 고풍적인 느낌이 들지 않을까 라는 기대로 갔는데 사실 외관뿐 아니라 내관도 고풍스럽다기 보단 그냥 오래된 학교 같은 느낌이었다.



살짝.

기대감이 실망? 비스므레한 모양으로 변해갈 때쯤, 인상 좋은 아주머니 두 분이 오피스에 계셨다.


마치 옆집에 사실 것만 같은 모습의 두 분 중 한 분은 Office staff였고, 다른 한 분은 다름 아닌 Head teacher (교장선생님)이셨다. 왜인지 인상이 푸근한 두 분 덕에  긴장감이 풀리며 허름해 보이던 건물은 뭔가 전통 있는 역사를 뿜뿜 하는 느낌으로 변했다.


그 학교를 가면서 본의 아니게 Windsor Great park을 매일 지나다니게 되었는데 출퇴근 길에 오가는 그 공원은 날이 맑음 맑은 대로,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또 눈이 오는 대로 뭔가 여유 있고 운치 있었다.

그 아름다운 공원을 보다 보니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학교가 오래된 건물이라는 게 생각해 보면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영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말이다.


영국은 오래된 전통과 역사를 중요시해서 옛것을 없애기보단 이어가는 중요한 자산으로 대우하고 존중하는 문화이니 공원 안에 있는 학교, 그 존재 자체가 멋진 이곳을 허물과 번쩍번쩍 새 건물로 바꾸면 과연 공원 안에 이 느낌과 아울러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 시선이 달라져서일까? 여전히 허름하고 오래된 그 학교과 갑자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뭔가 깊은 멋이 있는 학교로 보였다.


Royal School의 아이들


학년 당 한 학급만 있는 작은 규모의 학교였다.


학교 이름은 뭔가 권위적일 거 같고 규칙이 엄청 엄격할 것 같은데 선생님들은 유하신 편이었고, 아이들은 말 그대로 평범한 그 나이때에 맞는 행동들을 하는 우리내 아이들이었다.


 중 Year Reception에서 3주 TA를 하였고, 그리곤 Year1에 도움이 필요하다 하여 year 1으로 옮겼다.


너무나도 착하시고 soft 했던  담임 선생님이 통솔하고 계셨는데 교생선생님이 한 분 더 계셨고 TA선생님이 따로 계셨다.  1-2-1이 필요한 Autism의 남자아이(JK)가 있었고, 그 아이 외에도 통제가 되지 않는 듯 해보이는 남자아이 셋과, 여자아이 한 명이 더 있어서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을  통제함에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몇 년의 경험을 통해, 학급에 들어서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 학급은 좀 challenge 가 될 거 같다는.


부모들은 선생님이 친절하고 우리 아이에게 잘해주길 원하지만, 실제로 아이가 제대로 사회생활을 배우고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으려면 Soft보다 clear 하고 단호한, 어느 정도의 Strict 한 면이 있는 선생님이 필요하다. 특히 규칙을 알려줌에 있어 더더욱 그렇다.


저 학년일수록 단호하게 규칙을 알려주고 왜 그래야 하는지를 이해하면서 훈련된 아이들을 추후에 중, 고등학교에 올라갔을 때 좀 더 유하게 존중하며 다가가는 게 맞는 접근이지 않나 생각된다. 여기서 단호함에는 Rude하지 않은 단호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쉽게 단호함과 예의없음을 헷갈리곤한다.


아이들은 항상 욕구가 있고 그 욕구를 채우려는 본능이 있기에 선생님이 soft 할 수로 그 본능적 욕구를 더 표출하게 되고, 그 soft 함에 instruction이 일관되지 않거나 분명하지 않아 버리면, 아이들에겐 혼돈만 남기고 불안감만 증폭된다.


 단호하고 clear 한 instruction을 제공할 때 오히려 아이들은 헷갈리지 않고 규칙에 따른 fair 함을 이해할 수 있고, 개인적인 뭔가를 하고 싶어도 공동체를 위해 참을 수 있는 인내심도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들은 내가 1-2-1을 해주길 바랐던 것 같다. 예전에 나였으면 미안해서 아님 눈치 보여서 알았다고 하겠다고 했을지 모르겠다. 그게 나의 개인적인 성향인지 아님 문화에서 나오는 'NO'가 안 되는 'YES' 맨 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영국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나름의 변화일 것이다.


'안 되는 건 안된다'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말해도 된다는 것.

나의 권리는 내가 주장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게 미안할 일이 아니라는 것.

물론 말함에 있어 예의는 있어야 하고,

개인주의 같지만 여기도 사람이 하는 일들이라 감정적 교감은 중요하다는 것.  


그렇게 나는 General TA 조건으로 그 반에 있었지만, 전담은 하지 않되 도울 수 있는 부분들은 돕겠다고 얘기를 했다. 전담만 하지 않아도 심적부담이 크진 않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반은 JK 군 외에도 instruction을 따르지 않는 아이들이 꽤 있었어서 그 아이들 케어하는 것만으로도 바빴는데, 내가 느낀 아이들의 공통점은 fussness(유별남? 까탈스러운).


 대부분 둘째이거나 막내인 아이들이었는데 아무래도 아직 어려서 (그리고 귀여워서 ^^) 부모님들이 더 받아줄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목적은 이 아이가 커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돕는 것이므로.

아이들의 개인적인 까탈스러움을 다 받아 줄 수는 없었다.

나름의 방법으로 선생님을 도우려 노력했고, 그런 모습이 보였는지 계속해서 고마워해 주셨다.


고마워해주시는 모습에 또 고마워서 더 열심히 도와드렸다. 영국이나 한국이나 문화는 다르지만 다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언어를 뛰어넘는 감정의 교감이란 게 있는 것 같다.


어느 날은 JK와 같이 있게 된 시간이 자연스럽게 생겼는데 놀이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책상에 앉아 산수 공부를 같이 하게 되었다. 놀이와 공부 그 중간 어디쯤의 느낌으로 문제를 내었고 아이가 맞추면, 어떻게 이 어려운 걸 알았냐며 띄워줬다. 가끔은 더하기도 못하는 바보가 되어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아이는 신나서 나에게 자기가 아는 것을 알려주려 하면서 으쓱하기도 하였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Autism의 성향의 아이들은 다른 이의 감정보다 자기의 감정이 먼저 일 때가 많다 보니 본인이 리드하고 본인이 더 우위에 있고 싶어 하는 면이 있어서, 이런 식의 approach는 대체로 성공적인 편이다.

결과적으로 아이가 재밌어했고 선생님한테 결과물을 보여주며 자랑을 하기도 했다. 선생님께서 놀라시며 '책상에 앉은 걸 처음 보았다' 하셨다.


경험이라는 것은 그렇게 얇게 한 장 한 장 쌓여 어느 순간 노하우가 되는 게 참 신기하고 매번 놀랍다.


선생님의 칭찬과 고마워해주시는 마음이 고맙고 뿌듯했지만, 들뜨진 않았다.  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을, 더 이상 무리해선 안된다는 것을, 이것 또한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마인드는 여전히 '가끔 도울순 있지만 전담은 하 않는다'였다.


다른 학교에 비하면 그렇게 길지 않은 한 달 반 정도를 시간을  그 학교에서 보내고 아름다운 그 공원의 학교와 또 다른 이별을 하였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크리스마스시즌이 다가왔고 영국의 집들은 블링블링 빛이 났다.


원래라면 10월 내내 핼러윈파티로 시끌시끌했어야 할 영국은 코로나의 여파로 축제 분위기를 만들거나 하진 않았다. 집집마다 방문하며 문을 열어주고 treat or trick을 외치진 않았고 단지, 문밖에 사탕등의 sweets를 바스켓에 두고 알아서 가져가게끔 하며 핼러윈 문화는 소소하게 이어가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도 예전만큼 화려하거나 데코레이팅에 열을 올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분위기는 내되 뭔가 차분한 크리스마스였달까?


그럼에도 집집마다 소소히 켜져 있는 크리스마스 lighting과 창문 너머 보이는 크리스마스트리들이 마음을 녹여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를 보내며...

그렇게 시끄럽기보단 차분한 연말을 보내며..


1여 년을 당뇨로 고생하며 눈이 멀고 걷지도 못해서 기본 생리현상도 도와주어야 가능했던  나의 첫 반려견, 우리 구리가 13살 반이 될때쯤,

나는 아직 이 아이를 보내줄 준비가 되지 않았었는데 학교에 있던 여러 어른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때를 정해야 한다며 그 아이는 지금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알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욕심이 이 아이를 놓치못하고 있다는것을..

어쩌면 누군가가 이제는 보내줘야한다고 말해주길 기다렸던 것도 같다..

그래도 모른 척하고 싶었었나 보다.


우리의  영국생활을 처음부터 함께했던  아기, 구리와 마지막 여행을 떠났고 1월 8일 이 아이를 놓아주었다....


2022년의 시작은  뭔가 차분하고 슬프고 추운 겨울 느낌이었다.




이전 14화 Way Maker 12-다름을 가르치는 교육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