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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늬 Moon Jun 25. 2024

영재도 천재도 아닌

브런치 체험 7. 크리에이터와 발간

브런치 작가가 되어 즐기다가 살다가 쓰다가 지지고 볶던 어느 날.

`나도 곧 크리에이터가 곧 되겠군' 생각했었다. 크리에이터가 되는 건 쉽다는 어느 작가의 글을 읽었던 몇 달 전의 일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쉽다던 크리에이터는 아직까지 되어 보지 못했고 그 말의 타당도도 신뢰도도 따져보지 못했다. 누군가 희망고문의 문장을 미끼로 던졌고 그때의 나는 덥석 물어버린 것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연재일을 잘 지켜 글을 쓰는 작가'에게 부여한다길래 믿었다. 나를. 



두 개의 연재 중 하나는 이미 가지고 있던 글을 다른 그릇으로 옮겨 담기만 하면 된다 생각했다. 다른 하나도 중년의 나이까지 경험한 온갖 일들이 힘이 되어줄 거라 쉽게 생각했다. 신나고 슬프고 힘들고 다시 일어났던 일에 대해 가까운 지인들에게 수다 떨듯 하면 금방 조건을 채울 것 같았다.

그러나 다른 그릇에 옮기기만 하는 일도 흔들리고 쏟고 담음새 있게 담아내지 못해 난리를 피우다 밤 12시를 넘긴 적이 있다.

다버전 연재도 마찬가지였다. 내 마음을 필터 없이 쏟아내자니 나이도 지인들도 걸리는 바람에 이리 떼어내고 저리 붙여대다가 누더기가 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게 싹둑 잘리거나 쓸데없이 길어진 글들은 도저히 올리지 못하고 또 12시를 맞기 일쑤였다.

신데렐라처럼 파티에 참석한 것도, 나를 홀린 왕자님도 없었는데 그리 쉬울 것 같던 연재일! 을 지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 28회씩 연재글을 써내며 '크리에이터'완장을 차고 당당히 브런치북을 발간할 거라던 청사진은 그렇게 사라져갔다.



그래도 나는 내 길을 간다. '브런치북' 발간은 60분 분량을 추천한다는데 그동안 썼던 글을 모아보니 112분이라는 예상시간이 나왔다. 이 현상은 '초과'가 아니다. 영재도 천재도 아닌 평범한 작가인 내 마음에서 '초월'한 것이라 단언한다.

업무 이외의 글, 이 공간에서 쓴 글은 타인에게 전해져 읽히는 기능만 갖는 것이 아니었다.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마음결이 다듬어지고 문제의 열쇠로 기능하기도 했다. 이런 초월적 경험을 가져본 기념으로 오늘, 발행이 아닌 다른 것을 눌러본다.


'발간!'

 


p.s. 무늬 Moon작가의 브런치북 - 교육버전이 연재를 마치고 '초월'하여 발간되었습니다. 가볍게 들러주세요.
https://brunch.co.kr/brunchbook/indiewrite-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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