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실마리의 가르침
2023. 재봉틀을 쓰다가
바느질이 될 실인지
뜨개질이 될 실인지
밑실인지 윗실인지 쓰임도 모르고
누구의 손에서
어떤 색으로 어우러질지
갈 곳도 색깔도 모르는 채
때로 엉키기도
그저 뒹굴기도 했던 실타래
나는 그동안 실(絲)로 살았다
이만큼 살다보니
이제야 조금
알겠다
엉킨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치이고
뒹굴며 아팠을 뿐
어느 때는
씨실로 또 날실로
하루하루를 짜내왔고
따뜻한 삶을 뜨개질했던 것
나는
그냥 실이 아니라
내 삶의 실마리였음을
나는 실(絲)로 잘 살았다
실(實)로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