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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Jan 29. 2024

생일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올해도 생일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혈기 왕성한 청년일 때는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 모여 시끌벅적한 생일을 보내는 것이 연중행사였다. 술과 안주 사이에 케이크를 두고 나이만큼 초를 꽂아 불을 밝혔다. 때로는 장난스러운 친구들로 인해 먹음직스러운 케이크가 얼굴에 뭉개지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고, 때로는 술잔을 기울이는 주변 사람들과 생일 케이크를 나누어 먹기도 했다. 그때는 그런 일들이 마냥 즐겁기만 했다.


중년이 된 이후로 생일이 되면 가족과 함께 조용하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았다. 가족으로부터 생일을 축하한다는 인사말과 함께 아내가 끓여 준 미역국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퇴근 후에는 가족과 외식을 하며 케이크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도 받았다. 


이번 생일은 온 가족이 처음으로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인생 네 컷’도 찍어보고, 팥빙수집에서 인절미빙수를 먹으며 오랜만에 수다를 떨기도 했다.


며칠 전부터 남편, 아빠의 생일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무슨 선물을 할 것인지 자기들끼리 소곤소곤 의논하는 속닥거림에 소소한 행복을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도, 내가 어떠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변함없이 날 신경 써 주고 챙겨주는 것은 오롯이 가족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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