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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Mar 05. 2024

브라더스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같은 팀에서 만나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근무한 성씨가 같은 3인의 용자가 있었다. 신규 사업팀이라 할 일도 많고 야근도 많았기 때문에 회사에서 함께 붙어있는 시간 또한 많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수많은 일들을 함께 이뤄내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막역한 사이로 발전했다. 각자가 다른 성향이지만 회사 동료들은 성씨가 같고 매일 붙어 다닌다는 이유로 우리를 브라더스라고 칭했다. 내게는 두 명의 브라더스가 형님들이다. 지난 퇴직에서 한 브라더는 나와 함께 회사를 떠나왔고 나머지 한 명은 회사에 남았다.


오늘은 퇴직 후 처음으로 우리 브라더스가 뭉친 날이었다. 보쌈과 막걸리는 우리의 반가운 마음에 한층 흥을 돋우어 주었고, 먹태와 생맥주는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의 깊이를 더해 주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이런 자리가 자주 있었는데 각자의 길을 걷는 지금은 이 같은 자리가 뜸해져 아쉬움이 크다.


회사에 남은 브라더는 회사를 떠난 두 브라더스가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무척이나 궁금했고, 회사를 떠난 우리 브라더스는 회사에 남은 브라더의 일상과 회사 소식이 궁금했다. 나는 회사를 나오니 그동안 나를 누르고 있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잘 놀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고, 회사에 남은 브라더는 회사를 떠난 동료들이 많아 여전히 혼란스러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퇴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자리가 비었고 새로운 사람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며 조화를 이룰 시간 필요할 것이다.


우리 브라더스는 서로가 서로에게 미소 짓게 하는 정겨운 사람들이다. 특히,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에게 힘이 되어 난관을 이겨낼 수 있었고, 그래서 회사 동료들이 때로는 부러워했던, 때로는 시기했던, 뜨거운 열정이 충만한 용자들이었다. 그랬던 우리가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앞으로 우리 브라더스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신만이 미래를 알겠지.


우리는 마지막 잔을 기울이며 예전처럼 곁에서 힘이 되어 줄 수는 없지만 마음만은 늘 함께하는 브라더스로 남자고 다짐했다. 또 언제 이 용자들이 모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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