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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Mar 14. 2024

불쏘시개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절친이었던 두 명의 선배를 만났다. 퇴직 후 처음으로 이들과 함께 한 자리였다. 과거 한 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사이로 지금은 모두 회사를 떠나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반가움과 함께 각자의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한 선배는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한다. 예전부터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바쁜 회사 생활로 생각만 해오다가 퇴직하고 나서야 비로소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선배는 늘 책을 가까이했던 것 같다. 선배의 사무실 책상에는 항상 책들로 넘쳐났고 매번 새로운 책들이 추가되었다. 회의 시간에는 종종 관련 도서를 추천하며 해박한 지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또 책을 쓴 작가들의 배경에도 정통한 지식을 지녔다. 퇴직 후 선배는 평소 그가 원했던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또 다른 선배는 회사에서 콘텐츠 영업을 담당했었는데 퇴직 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재직 시절 선배는 매일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콘텐츠를 소개하고 계약하는 일을 회사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처럼 즐겼던 사람이다. 퇴직 후에도 꾸준하게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선배들의 사는 모습을 듣고 있자니 나만 별 볼 일 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난 바보같이 뭐 하고 있는 거야?’


나보다 나이도 많고 직장 생활도 오래 한 선배들인데도 여전히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에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반면, 매일 외딴섬에 갇힌 것처럼 공유 오피스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앉아 신문기사와 주식창만 열어보며 아까운 시간을 보내는 내 모습을 자책했다.


우리는 회사에서 해왔던 많은 일들을 이야기하며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다양한 추억들을 회상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셋이 함께 모여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나는 바로 선배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한 명은 콘텐츠를 만들고, 한 명은 콘텐츠를 영업하고, 난 교육을 오랫동안 해왔으니 우리가 함께 모이면 뭔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 우리가 모이면 분명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선배들은 콘텐츠를 사업 아이템으로 함께 일을 해보자며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어느덧 우리의 술자리는 사업 계획을 구상하는 자리로 변했고 서로가 생각의 고리를 엮어가기 시작했다.


“우리 교육 사업을 하자.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영업을 할 수 있고, 교육과정을 개발해 운영할 수 있는 역량들이 있으니 우리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교육 사업을 해보는 게 어때?”


너무나 갑작스럽게도 우리가 모여 무엇에 도전해 볼지에 대한 방향이 설정되었다. 마치 도원결의라도 한 듯이 새로운 일에 대한 열정의 불씨를 피웠고 설레는 가슴으로 곧 후속 회의를 하자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매일같이 고민과 걱정 속에서 앞이 보이지 않았던 내 생활에 갑작스럽게 번뜩이는 빛이 비친 것만 같았다. 그 빛은 너무나 밝고 환하게 다가와 우리에게 과거 함께 했던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만 같았다. 혼자만의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는 선배들과 함께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욕망과 열정이 불붙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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