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엉짱 Mar 15. 2024

희망을 키우는 공간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선배들과 두 번째 회의를 시작했다. 그사이 우리는 전화에 불이 나도록 사업 아이템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이번 회의는 우리가 함께 사용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이미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고 있는 내 의견에 따라 공유 오피스에 새로운 둥지를 틀기로 했다. 


회의가 있기 전 사전 조사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조건에 적합하고 바로 입주가 가능한 곳들을 물색해 리스트를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조건은 교통이 편리하고 출퇴근에 부담이 적은 위치여야만 했다. 우리는 카페 한 구석에 모여 앉아 리스트를 보며 다시 한번 서로의 생각의 의견을 나누었다. 최종적으로 의견이 모아진 곳은 합정역 근처에 위치한 가성비 높은 곳이었다. 우선 전화로 기본적인 상담을 한 후 필요한 자금 계획을 재차 확인한 후 입주 상담을 위해 공유 오피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유 오피스가 자리 잡고 있는 건물은 1979년에 지어진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었다. 바로 길 건너 대형 빌딩에 위치한 다른 공유 오피스와 비교해 보면 한없이 작고 초라하기만 했다. 산업화 시대의 서울을 상징하는 유물처럼 보였다. 내부는 겉보기와 다르게 회의실과 접견용 테이블, 서가에 꽂힌 책들로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다.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유석과 고정석, 그리고 여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독립된 사무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고, 무료 음료와 인터넷, 팩스, 복합기 등 업무에 필요한 모든 시설들이 갖추어진 효율적인 공간이었다.


우리는 담당 매니저와 상담을 거쳐 독립된 공간인 3인실을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우선 6개월간의 이용 계약을 체결했다. 매니저는 우리가 사용할 공간을 안내해 주었다. 그 작은 공간에도 책상과 의자, 화이트보드, 냉난방기 등이 아기자기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셋이 지내기에 오붓 공간이었다. 특히, 햇빛이 환하게 드는 낡은 창문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공간들은 사면이 모두 막혀있어 햇빛이 전혀 들지 않아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매니저의 안내가 끝나자 곧장 우리는 책상과 의자를 재배열하고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우리 셋을 위한 둥지가 마련된 것이다. 청소가 끝난 후 각자 원하는 자리에 앉아 만족스러운 미소를 나누었다. 비록 퇴사한 회사에처럼 웅장하고 화려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보금자리가 생겼다는 것이 흐뭇했다.


“우리 이곳을 시작으로 점점 더 큰 공간으로 옮겨가도록 해보자. 함께 할 식구들도 늘려가면서말야.”


선배의 말에 막연한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가 우리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공간에서 조급해하지 않고 하나씩 꼼꼼하게 준비하는 시간을 만들어 것이다.

이전 01화 불쏘시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