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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Jan 22. 2024

오랜만에 긁적여 보는 이력서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사회 초년생일 때 취업 때문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며 밤낮으로 고민이 많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도무지 특별하거나 매력적인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어 마음 들지 않았기에 늦은 시간까지 며칠을 매달리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몇 줄의 글로 나 자신을 소개해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게 벌써 이십여 년 전의 일이다.


실업 급여를 받기 위해 재취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서약서를 고용 센터에 제출하고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이라는 사이트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경력기술서를 등록했다. 오랜만에 구직 서류를 쓰려고 하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십여 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다양한 경험들을 해왔는데 몇 장 되지도 않는 서류에 내 인생을 정리해야한 했다. 그것도 간결하고 깔끔하게...


어떻게 정리를 해야 나라는 사람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오래된 기업들을 하나씩 더듬어 가며 지난 삶의 흔적들을 써 내려갔다. 얼추 마무리된 이력서를 읽다 보니 직장 생할을 하는 동안 정말 많은 경험을 쌓았고 다채로운 일들을 해왔다는 것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다시 하라면 과연 할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나름 폼나는 구직 서류가 작성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까지 들었다.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참 잘 해왔구나!'


 과거의 기억 속에서 자아도취에 빠져 히죽거리고 있는 날 다시 현실의 세계로 소환한 것은 재취업이라는 숙제였다. 나이 오십을 목전에 둔 실직자라는 현실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걱정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재취업을 위해 기업의 문을 두드려야 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내가 갖고 있는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열정, 패기가 있다고 설득시켜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살아오는 동안 항상 불확실성의 연속이었고 도전은 계속되었다. 이제는 재취업이라는 불확실성에 맞서 또다시 새롭게 도전을 해야만 한다. 사회 초년생일 때처럼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도전하기에는 나이도 많고 몸도 늙었지만 그래도 지금의 이 현실에 여느 때처럼 당당하고 자신엤게 맞서고 싶다.  


시작하지 않으면 경험하지 못한다. 그래, 다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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