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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Jan 22. 2024

고용 센터 가는 날 1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생소한 곳이지만 앞으로 익숙해져야 하는 곳, 실직자들을 위한 곳, 바로 고용 센터라 불리는 곳이다. 오늘은 고용 센터를 처음으로 방문하는 날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실업을 인정받아 매월 실업 급여를 지원받는 것과 재취업을 위한 구직 활동에 나서는 일이다.


고용 센터를 방문하기 전에 먼저 마무리해야 할 일들도 있었다. 퇴직과 동시에 회사 인사팀에 제출한 이직 신청이 고용 센터에서 잘 처리되었는지 확인을 해야 했고, 수급자격 신청자를 위한 온라인 교육을 받아야 했으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워크넷에 등록한 후 구직 신청까지 마무리해야 했다.


고용 센터는 실직자들로 북적거릴 것 같았는데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생각보다 한적해 보였다. 몇몇 사람들만이 창구에서 담당자와 상담을 하거나 대기석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을 뿐이다. 조용하고 침울하게 느껴졌던 분위기 탓이었을까? 난 지은 죄도 없는데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주눅이 들었다.


접수 담당자는 PC의 키보드를 만지작거리더니 접수가 끝났다며 내가 다음으로 찾아가야 할 창구를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재취업을 위한 약속이라고 제목이 적힌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여기 서명란에 사인해서 다음 창구에 제출해 주세요.”


재취업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서면으로 받는 것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절박한 건 나 같은 실직자들인데......’


두 번째 창구에 가서 신분증과 서약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실업 인정에 대한 신청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불과 이십 분도 채 걸리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제 고용보험 사이트에서 실업 인정 완료 여부를 확인만 하면 된다.


곧 나는 국가에서 인정하고 관리해 주는 공공의 실직자가 될 것이다. 처음 접해 본 고용 센터는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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