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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Jan 22. 2024

퇴직 축하 파티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이십 년이 넘는 직장 생활의 퇴직을 축하한다며 가족들이 조촐한 파티를 열어주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한 남편이자 아빠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란다. 내 직장 생활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었다. 나는 가족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았고 이윽고 딸들은 준비된 케이크에 불을 밝혔다.


"퇴직 축하합니다~. 퇴직 축하합니다~. 아빠의 퇴직을 축하합니다~."


가족들의 퇴직 축하 노래와 함께 어둠을 밝히고 있는 촛불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퇴직했다고 너무 기죽지 말고 평소처럼 당당하게 지내. 또다른 내일의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말야."


아내의 응원에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함께 뒤엉켜 살짝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와야 한다는 현실과 이제는 무능력한 가장이 되었다는 자책감에 서럽기도 했다.


"아빠, 아무 걱정도 하지마. 우리가 있쟎아. 우리 가족은 잘 이겨낼거야."


그동안 딸들에게 격려의 메세지를 전하는 것은 나와 아내의 몫이었는데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은 딸들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받고 있다. 둘 다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 되어서인지 마냥 어리게만 보이던 녀석들에게서 든든함이 느껴졌다. 언제 이렇게 커버렸는지...


그래, 내겐 항상 날 응원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가족이 곁에 있다. 세상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내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혼자 기죽어 살 필요는 없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으니 잠시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헬렌 캘러는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강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소중한 가족의 품에서 더욱 강해지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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