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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Jan 22. 2024

어려운 결심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다. 그동안 직장 생활을 해오면서 사람과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가끔씩 회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내 푸념을 들은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처절한 지옥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라며 강하게 뜯어말리고는 했다.


"회사 밖 세상은 지옥 그 자체야."


"우리가 스스로 지옥 불구덩이에 뛰어들 필요는 없쟎아."


"따로 먹고 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회사를 구만둔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마."


아직 나이 오십 줄에도 들어서지 않은 내게 먼 이야기인 줄 알았던 퇴직이라는 시련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 잔인한 시간을 선사해 주기 시작했다. 뉴스에서나 보고듣던 실직자의 길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퇴직 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건 아니겠지? 내 면담 차례가 오면 회사에 남겠다고 끝까지 버틸까? 아니면 그냥 미련없이 떠날까?'


내게 선택권이 있는지도 모른 채 이리저리 재고 도 재보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나는 상사와 개인 면담을 하게 되었다.


'어짜피 회사를 떠나야 한다면 그냥 쿨하게 받아들이자.'


"네. 저도 퇴직하겠습니다."


퇴직을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에 빠지고 삶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야 했는지 모른다. 아내와 함께 퇴직 이후의 삶을 어떻게 대비해 나갈 것인지 의논하며 뜬 눈으로 날을 새기도 여러 번이다.


"이제는 내 남은 삶을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나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어가고 싶어."


내 퇴직은 아내에게도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전혀 불안한 내색도 없이 내 결심에 따듯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 주었다. 오히려 내가 더 큰 상처를 받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와 위로의 말도 해주었다.


"그동안 고생했어. 우리는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아내와 딸들에게 너무나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들려오는 동료들의 퇴직 소식에 초조하고 불안했던 날들이 퇴직이 결정된 이후로는 무덤덤해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볍고 편안해졌다. 


난 그렇게 정든 회사와의 이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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